현장실사 한 번 없이 `연구 중단'?

농기평, 홍성풀무 ‘친환경 쌀면’ 성과 미흡하다며 중단
“농기평 사업 평가체계 근본적 점검과 개선 절실”

  • 입력 2017.08.20 11:25
  • 수정 2017.08.20 11:31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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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농업회사법인 홍성풀무생활협동조합(대표 박종권, 홍성풀무)의 친환경 쌀면 개발사업을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원장 오경태, 농기평)이 “결과물이 미흡하다”며 중단시켰다. 이에 홍성풀무 및 친환경농업계가 온당한 근거 없이 사업을 중단시켰다며 반발하고 있다.

홍성풀무는 농기평이 주관한 ‘2017년도 농림축산식품연구개발사업’에 지난해 7월 ‘친환경 쌀을 활용한 즉석 쌀면의 산업체 활용 모델 개발 연구’란 주제로 연구개발 사업을 신청했다. 홍성풀무는 이 연구의 목표를 ‘친환경 쌀을 활용한 시트타입 쌀면 제품 개발’로 잡았다. 시트방식 면 제조법은 쌀 반죽을 쌀죽이나 쌀 유액 등을 발라 편 뒤 기계로 세절해 면을 뽑는 방식으로, 일반적인 면 제조법인 사출방식보다 면이 익는 시간이 빠르단 장점이 있다.

홍성풀무는 지난해 9월부터 연구에 들어갔다. 연구 추진 과정에서 충남친환경농업인연합회(회장 정상진, 충남친농연)와 함께 친환경 쌀면의 원료 품종으로 ‘새미면’ 벼를 주목, 이 벼의 계약재배에 참여할 농가를 확보해 나갔다. 홍성 지역 5개 농가가 계약재배 참여 의사를 밝혔다. 계획대로 실행됐다면, 해당사업은 현재 판로 확보가 어려운 친환경 쌀의 새로운 소비처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사업이었다.

물론 연구개발 과정은 어려웠다. 개발 주체였던 홍성풀무 정해근 상무는 “처음엔 시트면 개발용 파일럿 기계부터 개발했는데, 당초 작년 11월 완성 목표였던 게 올해 2월에 완성되고, 3월부터 쌀면 개발을 시작했다”고 했다. 쌀면 개발을 시작하고도 “처음엔 원하는 물성과 면대 형성이 잘 안 돼서 고생했다. 물성을 잡는 데 4개월 걸렸다. 목표하던 품질이 6월말에 나왔는데, 5월말까지 1차년도 연구보고서를 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그때까지 목표 달성에 미진했던 상황”이었다며 “그때 1차 공문이 와 사업을 중단하라 했는데, 대신 이의신청할 수 있다 해서 했고, 7월 초 소명발표를 통해 (농기평 측이) 문제 제기한 것에 하나하나 다 설명했다”고 말했다.

‘친환경 쌀면' 개발을 주도했던 홍성풀무 정해근 상무가 지난 16일 쌀면을 보여주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농기평은 결국 홍성풀무에 지난달 20일 ‘사업중단’을 통보했다. 농기평은 홍성풀무의 연구에 대해 △쌀면 제조에 대한 과학적 연구능력 부족 △새미면을 시중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워 실제 공급 원활할지 미지수 △쌀 소비 확대와 관련해 쌀면에 대한 실험 결과 전무 △제품이 조악해 상품화된다 해도 사업성 미흡 등의 평가를 내렸다.

홍성풀무 측은 농기평의 이러한 평가가 “지극히 주관적이고 평가 기준도 결여됐다”는 입장이다. 소명발표 때 친환경 쌀면 개발 상황 및 품질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그것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 상무는 “평가위원 중 최소 한 명이라도 현장에 와서 살폈다면 이런 결과는 안 나왔다”며 “하다못해 평가위원들은 개발한 쌀면을 먹어보지도 않았고, 파일럿 기계 실험도 안 해봤다”고 말했다. 현장실사는 없었다. 농기평은 평가위원 명단을 미공개 중이다. 시트방식 면 개발을 위해 기계를 개발하고 쌀면도 시트방식으로 뽑았는데, 농기평은 “시트방식이 아니다”란 결과 보고를 농식품부에 올렸다.

홍성풀무의 친환경 쌀면을 시트방식으로 제조하는 모습. 홍성풀무생활협동조합 제공

연구 목적에 대한 농기평의 이해도도 얕았단 목소리도 나온다. 새미면 계약재배 확대 업무를 담당했던 충남친농연 김병혁 사무처장은 “애시당초 사업 진행 목적 중 쌀면 가공에 적합한 품종을 발굴·재배 확대하는 내용이 있었고 누차 설명했음에도, 농기평 측은 ‘시판용 쌀’을 가지고 연구해야 한다는 평가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고 했다. 농기평은 새미면으로 개발한 쌀면에 대한 소비자 선호 기대감과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 통계는 내놓지 않았다.

농기평 관계자는 “홍성풀무의 연구 결과에 구체성이 결여됐다”며 “어느 정도의 평가기준에 도달해야 개발을 완료했다고 할 수 있는데, 홍성풀무는 쌀면의 식감, 복원성, 조리시간, 용출도, 면 탄성도 등이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기에, 평가위원들이 볼 때는 신뢰가 가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상무는 “우리 연구결과가 미흡했단 점은 인정한다”며 “그걸 감안해도 농기평 관계자들은 오직 정량연구와 데이터 결과물에 치중해,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의견을 제시한 데 대해 농기평의 평가체계에 근본적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회장 김영재)는 “농민들이 스스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개발하려는 걸 발목 잡고, 자신들이 관여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다고 온갖 트집을 잡는 전문가들에게 심사와 평가를 맡기는 건 청산해야 할 적폐”라며 “(농식품부와 농기평은)그간 있었던 연구의 수행주체 및 적정한 연구 여부를 공개하고, 연구수행 주체들의 밥벌이에 농업예산이 남용되지 않았는지 입증하라”고 규탄했다. 현재 친농연은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 측에 그 동안 농기평의 추진 사업내역 조사를 요청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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