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필관리사 죽음 부른 ‘개별고용제’ 사라지나

노조·마사회·조교사, 직접고용 협의체 구성 합의
고용노동부, 마사회 부산경남 특별감독 실시

  • 입력 2017.08.20 11:13
  • 수정 2017.08.20 11:23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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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지난 12일 부산 서면에서 열린 박경근, 이현준 열사 정신계승 공동투쟁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두 열사의 영정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제공

마필관리사의 연이은 자살로 충격을 던진 한국마사회(회장 이양호) 내 고용구조 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위원장 조상수)과 마사회, 조교사는 지난 16일 마필관리사 직접고용 구조개선 협의체 구성 등 쟁점사항에 대해 합의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이 날 협상에선 고용안정, 임금, 노조활동보장, 복리후생, 재발방지, 명예회복 및 유족보상 등에 대한 합의도 일괄로 이뤄졌다. 공공운수노조는 17일 합의내용을 부산경남경마공원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보고한 뒤 숨진 박경근, 이현준씨의 장례를 19일 거행했다.

앞서 박경근 마필관리사는 5월 27일 자신이 근무하는 부산 강서구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어 지난 1일 이현준 마필관리사도 사망한 채 발견돼 조교사의 갑질과 열악한 노동환경이 범사회적인 조명을 받게 됐다. 공공운수노조는 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 구제를 요청했으며 12일엔 부산에서 지역 노동계가 모여 공동 결의대회를 진행하는 등 투쟁 강도를 높여왔다.

한대식 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부실장은 “마필관리사는 인력이 부족해 12시간 이상 근무가 일상화돼 있다. 말을 돌보는 일이기에 마방에서 숙직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사실상 20시간 이상도 근무하게 된다”고 실태를 전했다. 그러면서 “특히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은 조교사 개인이 마필관리사를 고용하고 있어 조교사들의 갑질이 심했다”고 설명했다.

마사회는 합의 전까지 이 같은 개별고용제가 경마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고용구조란 입장을 보였다. 마사회는 1일 발표한 입장설명에서 “마사회는 프로야구의 KBO처럼 경기위원회 역할을 하고, 마주는 구단주, 조교사와 마필관리사는 감독과 코치, 기수는 선수로서 승부를 겨루는 구조”라며 노조의 직접고용 요구를 “경마시스템을 부정하는 사안”이라고 일축해왔다.

앞으로 고용구조 문제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마사회, 농림축산식품부와 노조가 추천하는 전문가로 구성된 마필관리사 직접고용 구조개선 협의체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앞으로의 논의에선 집단교섭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 실장은 “집단교섭을 하려면 조교사협회가 조교사들의 위임을 얻어야 하는데 이 틀을 유지하려면 조교사에 실질적인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 마사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편, 고용노동부(장관 김영주)는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에 대해 17일부터 30일까지 2주간 특별감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고용노동부 본부 주관으로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 및 본부 내 사업장 전체를 대상으로 특별감독을 실시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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