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총각무 하차거래, 파행은 면했지만 …

하차거래 일단은 정상궤도
출하자 불만은 여전히 팽배
불도저식 하차거래 괜찮나

  • 입력 2017.08.20 01:48
  • 수정 2017.08.20 01:5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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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한바탕 소동 끝에 가락시장 총각무 하차거래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출하자들이 하차거래 도입에 수긍한 것은 아니어서 물량이 집중되는 다음달 하순부터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해 온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박현출, 공사)의 하차거래 도입이 혹독한 역풍을 맞고 있다.

공사는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시공을 앞두고 차상거래품목의 하차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하차거래엔 지게차 하역을 위한 팰릿출하가 필수적인데, 이는 팰릿 및 지게차 대여료, 운송비용 증가 등 산지에 상당한 추가비용을 발생시킨다. 공사가 물류비 일부를 지원한다지만 5톤트럭 1대당 약 100만원의 비용이 추가된다는 게 총각무 출하자들의 주장이다.

수박·육지무·양파를 순차적으로 거쳐 온 하차거래지만, 총각무 출하자들의 반발은 특히 거셌다. 지난 1~3일 가락시장에 총각무를 관행대로 출하한 전국총각무생산자연합회(회장 한춘택, 연합회) 회원들은 공사가 거래를 불허하자 1주일간 총각무를 트럭째 시장에서 썩히며 항의의 뜻을 드러냈다.

지난 9일 마련된 공사와 연합회의 면담 자리에서도 소득은 없었다. 이후 3일에 걸쳐 시범출하를 진행해 봤지만 각자의 주장만을 되풀이할 뿐 갈등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공사 직원과 출하자들 사이에선 경미하나마 신체적 충돌까지 발생했다.

지난 14일 가락시장에서 총각무를 지게차로 하역하는 모습을 출하자와 상인들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출하자들이 가장 분개하는 부분은 공사의 일방적인 불도저식 하차거래 추진에 있다. 공사는 사전에 문자메시지 안내 등 충분한 홍보를 거쳤다고 말하지만 지난해 12월경 일부 출하자들만이 메시지를 받았을 뿐, 연합회 차원에서 인지하게 된 것은 지난 4월의 일이다. 사전 의견수렴 절차는 없었고 순전히 결정된 것을 통보받는 수준이었다.

정용진 연합회 총무는 “6월 말경에 처음으로 공사와 대화를 했는데 자기네 계획이 이러하니 희생양이 돼 달라는 얘기밖에 안 됐다. 하다못해 동네에 도로 하나를 내더라도 사전 설명회를 거치는데, 어떻게 설명회, 공청회 한 번을 안할 수가 있나”라며 허탈해했다.

충남 서산의 총각무 농가 김종필씨는 “농민들이 물류효율화에 반대한다는 게 아니다. 올해까지만이라도 하차거래 시행을 유보해 준다면 내년에 물량을 줄일 수도 있고, 정 못하겠다 싶은 사람은 총각무를 접을 수도 있다. 이미 올해 농사 일정이 다 잡혀 있는 상황에서 공사가 갑자기 말도 안 되는 갑질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연합회 회원들은 지난 14일을 끝으로 조직적 항의방문을 중단한 상태다. 여름철은 총각무 출하량이 미미한 시기인데다 거듭된 항의로 비용부담도 축적된 탓이다. 이후 가락시장에서 총각무는 소량씩 하차거래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연합회는 총각무 출하가 늘어나는 다음달 하순부터 다시금 본격적인 의견개진을 예고하고 있다. 당장 거래가 정상화됐다 해서 공사도, 연합회도 마음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공사는 그동안 청과직판상인 이전, 관리노조 파업 등 사회적 약자들과의 갈등에서 소통능력의 결함을 보여 왔다. 이번엔 고객인 출하자들을 상대로도 똑같은 단점을 노출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미 하차거래로 전환된 수박·육지무·양파에 비해 앞으로 추진할 총각무·제주무·쪽파 등은 특성상 산지의 부담이 더욱 큰 품목들이다. 가락시장 하차거래는 앞으로 점점 더 큰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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