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농업] 김영록 인터뷰가 알려주는 것

  • 입력 2017.08.20 00:30
  • 수정 2017.08.20 00:31
  • 기자명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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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지만 많은 국민들이 기대했던 남북관계는 여전히 개선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북-미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문재인 정부도 대화와 협력을 통한 관계개선 보다는 한미동맹을 내세워 북측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 더욱 중점을 두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쌀값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이 바라는 통일 쌀 교류도 별다른 진전이 없고 실현가능성 여부를 예측하기도 쉽지 않은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런 와중에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최근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대북 쌀 지원에 관한 원론적인 언급을 한 바 있다. 이 인터뷰의 행간을 꼼꼼히 살펴보면 통일 쌀 교류와 관련하여 문재인 정부의 입장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몇 가지 사항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우선 김 장관의 인터뷰 답변은 “대북 쌀 지원은 시기상조”라는 문재인 정부의 원론적인 입장을 그대로 반복한 것으로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없다. 다만 과거에는 주무부처가 아니라는 이유로 농식품부 장관 및 관계자가 이 부분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려했다는 점에 비해 앞으로 유관 부서로서 농식품부도 비록 제한적이지만 이 문제에 대한 발언을 회피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장관의 인터뷰 가운데 주목할 부분은 “쌀 지원은 그 규모가 워낙 커 통상적인 인도적 지원 범위를 넘어선다. (중략) 만약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경제 이슈와 분리할 수 있을 정도로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쌀 지원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이다. 

이 부분은 과거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대북 쌀 지원 문제를 접근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다르게 문재인정부는 대북 쌀 지원 방식의 통일 쌀 교류를 더 이상 인도적 차원에서 다루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등과 같이 경제교류나 경제협력의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겠다는 기조를 분명하게 정립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아마도 이 부분이 통일 쌀 교류 문제에 있어서 역대 민주정부의 정책기조와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가 뚜렷하게 바뀐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정책기조 변화는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북측의 농업생산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식량사정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기에는 설득력과 타당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의 변화를 반영해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대북 쌀 지원이 아니라 북측의 광물자원과 교환하는 경제교류 방식을 거론한 바 있다. 과거와 같은 인도적 ‘지원’ 보다는 ‘호혜적’ 교류와 협력이 통일 쌀 교류에서 더욱 강조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정부가 통일 쌀 교류를 경제교류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앞으로 통일 쌀 교류의 실현 여부는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등과 같은 경제교류 및 경제협력의 재개 여부와 밀접하게 연계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과거와 같이 적십자회담이나 이산가족 상봉과 연계해 접근하는 풍경은 사라지게 될 것이며, 경제교류 관련 당국 간 회담에서 이 사안을 협의하게 될 것이다. 

결국 통일 쌀 교류의 재개 여부는 농민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비롯해 남북 경제교류의 재개와 연계하여 그 시기와 규모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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