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는] 불량식품① 불량식품을 추억하다

  • 입력 2017.08.19 18:50
  • 수정 2017.08.19 19:18
  • 기자명 이상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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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락 소설가

무릇 말(言)이란 쓰라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될 말 중에 ‘불량(不良)’이라는 단어가 있다. 성질이나 품행이 좋지 못한 아이를 일컬어 불량소년이라 하고, 나쁜 짓을 하면서 몰려다니는 무리를 불량배라고 한다. 물론 섣불리 입에 올려서는 안 될 말들이다.

뿐만 아니라 요즘처럼 다양한 종류의 먹을거리들이 저마다 몸에 좋다는 온갖 선전문구들을 달고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 어떤 음식이나 식품을 가리켜 이유 없이 ‘불량품’이라고 한다면, 그런 언사를 참아 넘길 식당 주인이나 식품 생산업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인터넷에 들어가서 ‘불량식품’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공공연히 불량식품을 판매한다고 선전하는 온라인 판매 사이트가 어지러울 정도로 즐비하다. 몸에 좋은 우량품이라고 선전을 해도 모자랄 판국에, 자신들이 만들어 팔고 있는 식품이 불량제품이라고 돈 들여서 광고하고 있으니.

전문가의 말부터 들어봐야겠다. 2001년에 오균택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관리과 과장을 만났다. 1947년생이니 이미 오래 전에 공직에서 은퇴했겠지만.

“식품위생법 등의 관련 규정상 허가를 받도록 돼 있거나 당국에 신고를 하게 돼 있음에도 그런 절차 없이 생산·판매하는 것이 ‘부정식품’이고요, 합법적으로 허가받은 식품이긴 한데 검사를 해보니까 포함돼야 할 성분이 빠졌거나, 인체에 해가 되는 물질이 나왔다든가, 세균이 검출됐다든가 할 때 그것을 일컬어 불량식품이라고 하지요.”

따라서 불량식품의 대표선수 격으로 사람들이 요즘도 찾고 있는 뽑기, 쫀드기, 달고나, 쫄쫄이…등은 예전엔 실제로 불량식품이었을 수 있지만 요즘은 아닐 수도 있고, 혹은 요즘도 부정식품일지는 몰라도 불량식품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금도 우리가 심심풀이 삼아 찾고 있는 그것들은 ‘식품’ 그 자체라기보다는, 예전 초등학교 칠판에 적혀 있던 「주훈 : 불량식품을 사먹지 말자」라는 문구가 상징하는, 그 시절에 대한 추억의 코드 같은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주전부리 거리로 나돌았던 그런 ‘귀여운 의미’의 불량식품 말고, 진짜로 부정하고 불량했던 식품의 경우, 그 생산과 유통 경위도 천태만상이었고, 또한 그것을 적발하기 위한 단속반의 활약도 눈부셨다. 그 얘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

1960~70년대에 시골마을엔 온갖 행상들이 다 다녀갔다. 소금 장수, 상 장수, 항아리 동이는 사람, 옹기장수…. 그런 장사꾼들이야 모두 어른들의 상관할 바였으나 어린 나한테도 반가운 행상이 있었다. 청 장수였다. 장사꾼이야 으레 산속에서 채취한 석청(石淸)이라고 꿀 바른 입술로 선전을 해댔지만 그걸 사먹은 시골 사람들도 청 장수의 그 말을 온전히 믿지는 않았다.

“설마 진짜 꿀이겄어?”

그러면서도 사먹었다. 한 되들이 유리병에 꽉 찬 청을 아마도 겉보리 서너 됫박과 맞바꿨던 것 같다. 설탕물을 탄 것이든 또 다른 무엇을 넣었든, ‘단 것’에 목말라 있던 우리에겐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엄니가 들에 나가고 나면, 우리는 밤 소쿠리에 생쥐 드나들 듯 광에 있는 꿀을 야금야금 퍼먹었다.

‘불량식품’ 하면 두 번째로 생각나는 장면은, 어느 날 우리 마을에 나타난, 시커멓게 생긴 2인조 남정네가 순식간에 맹물을 간장으로 만들어보이던 요술이었다. 내가 그 얘기를 꺼내자마자 오균택씨가 이렇게 받았다.

“두세 명씩 주로 시골동네로 몰려다니면서, 항아리에 맹물만 채워놓으면 메주 없이도 간장을 만들 수 있다고 호객을 했지요. 물에다 미원 좀 타고, 소금 좀 타고, 시중에서 구입한 캐러멜 색소로 색깔을 낸 다음에 기적의 간장이니 뭐니 해서 시골 사람들 혼을 쏙 빼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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