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연예인이 아니라 공무원입니다

  • 입력 2017.08.18 10:42
  • 수정 2017.08.21 21:01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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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7일 아침, 우체국 앞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념우표와 우표첩이 발행됐기 때문이다. ‘사재기 수요’까지 몰리며 온라인 사전 판매는 일찍이 마감됐고 구매를 희망했던 사람들은 밤샘까지 불사하며 우체국 앞에 줄을 섰다는 후문도 전해졌다. 연예인에 버금가는 인기다. 문득 대통령이 이토록 인기를 얻게 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공주님처럼 일일이 챙겨 모셔야만 했던 이전의 대통령과 다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인 것 같다.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 직접 의자에 걸친다던지, 본인 커피잔에 커피를 따르는 행동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권위주의에서 벗어난 모습이라 칭송받았다. 어찌보면 당연하고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 말이다.

아무튼, 국민들 입장에서 변화한 대통령을 보는 일은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울 것이다. 나 역시 빽빽한 의전보다 쪼그려 앉아 김복동 할머니의 손을 어루만지며 미소짓는 대통령이 더 보기 좋다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PRODUCE 101’처럼 우리가 투표로 뽑아 데뷔시킨 연예인이 아니다. 때문에 타이를 매지 않고 맥주잔을 든 채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는 것 보다 그를 통해 어떤 성과를 이뤘는지가 더 중요하다. 온 국민이 사생 팬처럼 대통령의 차림새나 행동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필욘 없다.

취임 100일을 맞아 대통령의 공약들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촛불로 청산하고자 했던 적폐는 현재 어떤 상황인지가 우표보다 중요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살충제 달걀’ 대란에 빠져있다. 즉, 주요 포털 사이트에 ‘고마워요 문재인’ 이벤트를 진행하기보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매서운 눈초리로 지켜봐야 할 때다.

입사 후 처음으로 기자수첩을 쓰게 됐고 농업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출근길 우체국에 늘어선 사람들을 보는 순간 ‘이건 아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 취임 전 농정공약은 부실했고 취임 100일 동안 농업계는 외면당해왔다. 살충제와 달걀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의 조합으로 국민들은 훌륭한 식재료를 잃었지만 농가와 농업계는 생계가 흔들리고 있다.

농업과 농촌은 늘 그리고 여전히 힘들고 어렵다. 그 동안의 100일은 앞으로 남은 임기에 비해 찰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상기하며 인기많은 대통령이 농업도 적극 챙겼으면 한다. 영양만점의 식재료가 더 이상 사라지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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