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역사 가진 홍주성에 소녀상 두지 못해 아쉬워”

[인터뷰] 김인숙 홍성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 사무국장

  • 입력 2017.08.13 11:21
  • 수정 2017.08.13 11:32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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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2011년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첫 소녀상이 세워진 이래 전국 각지에 69개의 소녀상이 탄생했다. 근래에는 수도권과 대도시의 울타리를 벗어난 곳에서도 소녀상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굴욕적인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타결 이후 두 번째 광복절을 맞은 지금, 충남에서 8번째로 소녀상을 세우는 홍성 시민사회의 노력을 소개한다. 

 

홍성의 소녀상은 지난 2015년 가을 경 홍성군여성단체협의회(회장 전양숙)의 제안을 시작으로 설치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마침 얼마 지나지 않아 한-일 양국간 위안부 문제 협상이 진행된다는 소식이 들리자 이들은 일단 추이를 지켜봤지만, 남은 것은 할머니들의 눈물뿐이었다.

“할머니들하고는 전혀 상의되지 않은 내용의 협상이었죠. 곧 홍성에서 뜻을 같이하는 시민단체들이 모여 홍성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추진위)를 만들고 군민들께 평화나비가 되어달라 호소를 시작했습니다.”

추진위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홍성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김인숙 센터장이 그간 달려온 길을 설명했다. 다행스럽게도 기금 마련은 큰 어려움 없이 진행돼 소녀상 설치를 위해 60여개 기관·단체, 450여명의 후원자로부터 4,000만원의 성금이 모였다.

 

홍주성, 최적의 장소였지만…

 

홍성은 오래 전부터 항일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고려 때 16차례나 왜구의 침공을 받았고,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들고 일어난 의병들이 홍주성에 주둔하고 있던 일본군을 격전 끝에 몰아낸 기록도 있다.

“홍성은 뿐만 아니라 백야 김좌진 장군과 만해 한용운 선생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특히 항일의 역사를 담고 있는 홍주성의 울타리 안에 소녀상을 두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고, 여론 수렴 과정에서 군민들이 보여주신 의견도 그와 같았습니다.”

사적 제 231호인 홍주성 안에 구조물을 설치하려면 문화재청의 승인이 필요했다. 문화재청은 지난 1월 연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위원회 회의에서 추진위가 소녀상 설치를 위해 제출한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 허가신청’을 부결시켰다. 역사적으로 홍주성과 소녀상 간의 직접적인 관계가 미흡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성내에 이미 설치된 김좌진 장군비를 생각하면 과연 소녀상의 역사적 연관성이 희미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문화재청이 목표로 하는 바는 문화재를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니 이해가 되면서도 홍성과 홍주성이 가진 역사적 의미를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저희는 많이 속상했죠. 나름 준비도 많이 했으니까요.”

문화재청은 제출된 자료만으로 충분히 심의할 수 있다고 알렸지만 추진위는 허락을 받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관계자들을 만나 프리젠테이션까지 했다는 김 센터장의 후문이다. 홍성의 역사적 의미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 온 조원찬 예산여고 국사교사도 동행해 문화재청이 허락한 4분여의 시간동안 열심히 설명했지만 홍주성 내 설치는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충남 홍성 홍주성 인근에 설치될 소녀상의 시뮬레이션. 제막식은 오는 15일 광복절에 열린다. 홍성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 제공

 

교육의 장, 그리고 광장으로

 

아쉽지만 군민들의 성원으로 이미 기금 마련이 끝난 상태에서 설치를 계속 미룰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다행히 홍성군청이 홍주성 인근 대체 부지 마련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준 덕분에 제막식은 올해 뜻깊은 날에 열릴 수 있게 됐다. 군은 제막식에 들어가는 비용도 후원했다.

“단지 설치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교육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추진위는 교육청과의 논의를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또 ‘소녀상 사거리’가 앞으로 군민들이 모일 광장의 역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소녀상은 홍주성 인근 문화로와 아문길이 만나는 사거리 인근에 설치된다. 제막식은 오는 15일 광복절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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