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긍게 헌법을 바꾸자는 거지요

  • 입력 2017.08.13 07:21
  • 수정 2017.08.13 07:23
  • 기자명 방극완(전북 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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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극완(전북 남원)

“내년도에 그믄 인건비가 또 오르는 것 아니여?”

“최저임금이 올랐으니께 시골 일당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요?”

“인건비만 올르믄 어쩐다냐? 농산물가격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데.”

얼마전 2018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른다고 하니 벌써부터 걱정들이 많다.

“최저임금은 헌법에 나와있어서 그 이하로 주면 안된다네요.”

그동안 수도 없이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와 최저가격 보장구호를 농민들은 외쳤다. 그런데 그런 주장들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다.

헌법에 농업에 대한 명시가 거의 없다는 사실도 말이다.

지난해 8만명이 조금 넘는 남원에서도 촛불을 들은 인원이 연인원으로 1,000명 정도 된다. 말 그대로 촛불혁명을 이룬 것인데, 그렇게 세운 정부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낮은 건 가슴 아픈 일이다.

“안 그래도 농민회에서 내년도 지방선거랑 개헌을 함께 진행하자는 일을 곧할 겁니다.”

“참말로 헌법에 최저가격에 대한 내용이 하나도 없당가?”

“긍게 헌법을 바꾸자는 거지요. 어르신들도 많이 도와줘야 됩니다.”

연일 폭염에 마을회관에 오랜만에 모인 어르신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참 나눴다.

도시에 사는 자식들의 월급이 오른다는 소식에 기뻐하면서도 내년도 시골 인건비를 걱정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것이다.

‘왜’라는 단어를 어느 순간엔가 잊고 살고 있다. 그냥 해야 하니까 하고 있는 일들이 많아진다. 근본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많이 알고 공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아빠! 왜요?” 5살 먹은 우리 아들놈이 요새 너무도 자주하는 말이다.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하고 궁금할 나이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러지 말아야겠다. 몰라서 설명해주지 못하는 상황이면 공부를 해서라도 알려줘야겠다. 또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단어들로 바꿔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하겠다. 개헌이 현실이 되려면 더 공부하고 더 쉬운 말들을 연구해야겠다.

오는 22일은 남원의 민주노동열사인 이석규열사의 30주기 추모제를 노동조합들과 함께 농민회도 준비를 하기로 했다. 항상 무더위에 진행되는 추모제라 농민회에서 차광막을 설치하기로 결의했다. 이 일을 상의하기 위해 남원의료원 노조 조합원을 만났다.

“최저임금 1만원, 농민회도 지지합니다. 대신 최저가격과 식량자급률에 대한 개헌운동에도 노동조합의 많은 협조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하고 22일에 보자고 인사하고 돌아섰다.

복숭아 농사를 지어서 사람 손이 급하게 많이 필요한 시기가 있는데 한정된 인원으로 나눠 쓰다보니 원하는 시기에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는 인건비를 더 줘서라도 제때 마무리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다른 집들이 부담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사정사정하면서 급한 일들을 마무리하곤 했다.

최저임금이 얼마인지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노동자들이 잘 살아야 우리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도 생산비가 보장되는 적정한 가격에 부담없이 구매할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인건비에 대한 고민도 고민이지만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나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쓴웃음을 지며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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