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함은 벌써 익었다, ‘풋귤’

  • 입력 2017.08.13 00:36
  • 수정 2017.08.13 00:37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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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노지감귤이나 하우스감귤, 만감류와 달리 상큼함과 풋풋함을 간직한 풋귤이 온다. 오는 15일 전후로 수확 예정인 풋귤은 밀려드는 수입과일에 맞서 제주 감귤농가의 또 다른 소득원이 될 수 있다. 지난 7일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의 한 감귤농장에서 김윤천씨가 수확을 앞둔 풋귤을 살펴보고 있다.한승호 기자

가을이 폭신하게 익어갈 무렵이면 덩달아 노랗게 맛이 든 감귤이 시장에 나갈 준비를 시작한다. 늦가을부터 시작해 겨울 한 철을 지날 때까지, 달콤 촉촉한 노지감귤은 우리네 거실 쟁반을 책임지는 훌륭한 간식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노랗게 익은 것만이 감귤은 아니다. 초록의 계절 8월, 아직 푸른 빛을 붙들고 있는 ‘풋귤’ 또한 근래 들어 특색 있는 식재료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자연이란 참으로 절묘해서, 여름에 나는 풋귤은 무더위를 달래기 좋은 상큼함과 풋풋함을 무기로 갖고 있다. 달콤함은 아직 멀었지만, 이 여름을 맞이하기에 상큼함은 벌써 충분히 익었다.

풋귤은 본래 제주도민들만의 전유물이었다. 주변에 흔하디흔한 풋귤로 종종 청을 담가 먹어 온 제주도민들과는 달리 육지인들은 풋귤 자체를 접하기 힘든 여건이었다. 그런데 지난 2014년 스타 제주도민인 가수 이효리씨가 개인 블로그에 영귤청 담그는 모습을 올리면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고, 풋귤이 영귤보다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탓에 그 수요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감귤농가들로선 모처럼만에 찾아온 호재라 할 수 있다. 과거 한두 그루면 대학 등록금을 댈 수 있다고 ‘대학나무’로 불렸던 감귤이지만 재배면적 증가와 밀려드는 수입과일로 이제는 여느 작목처럼 만성적인 과잉이 됐다. 출하시기를 분산하기 위한 시설하우스나 만감류 재배까지도 포화상태다. 지역 특성상 달리 대체할 만한 작목도 없기 때문에 해마다 하릴없이 폭락의 지뢰밭을 걷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풋귤이라는 새로운 수요가 생겼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다. 여름에 출하하는 만큼 하우스·만감류와는 또 다른 출하시기 조절 수단이 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선 그 자체로 훌륭한 소득원이 될 수도 있다.

수요가 늘자 행정도 관리에 나섰다. 그동안 미숙과·청귤 등의 이름 아래 비공식적으로 유통됐던 풋귤은 제주도 조례에 의해 ‘풋귤’이라는 공식명칭을 부여받고 당당히 소비자를 만날 수 있게 됐다. 개인 단위 거래에 의존하던 풋귤이 올해부턴 농협 계통출하를 통해 시장 공략을 노린다.

물론 이제 갓 첫 발을 뗐을 뿐이다. 감귤산업의 미래를 내맡기기엔 아직 풋귤의 물량은 보잘것 없다. 다만 적은 물량이나마 시장에 선을 보이기 시작하는 올해가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은 분명하다. 소비자의 선택은 앞으로의 풋귤산업에 큰 메시지를 던지게 된다.

과실청을 담가 차나 에이드를 즐기는 문화가 제법 퍼지고 있다. 개인의 건강과 기호를 챙기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소중한 사람에게 정성이 깃든 선물로도 좋은 아이템이다. 이글거리는 태양에 온 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은 여름, 피로와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줄 상큼한 에이드 한 잔 어떠실지. 레몬도, 라임도 좋지만 기자는 풋귤을 추천한다. 오늘도 레몬·라임에 굴하지 않고 이 땅을 지켜가는 농민들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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