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적’ 생긴 풋귤, 얼마나 성장할까

제주조례에 ‘풋귤’ 정의 등장
출하조절·농가소득증대 기대

  • 입력 2017.08.13 00:33
  • 수정 2017.08.13 00:3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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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해 7월 8일 「제주특별자치도 감귤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에 풋귤의 정의 한 줄이 새로 삽입됐다. 단 한 줄의 문구지만 이로 인해 풋귤은 어엿한 ‘호적’을 갖게 됐으며 감귤(숙과)과 구분해서 별개의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받았다.

그동안 풋귤은 명칭조차 불분명한 채 전화·온라인판매 등 대부분 농가 단위의 택배 판매로 유통돼 왔다. 재배면적이 감귤로 뭉뚱그려져 있는데다 유통 또한 개별로 이뤄지다 보니 대략적인 통계조차 산출할 수 없었고 품질 관리도 농가 자율에 내맡겨졌다.

잔류농약 문제는 특히 골치아픈 문제였다. 풋귤 판매농가의 상당수가 친환경 농가인 것은 다행이지만, 관행농이 풋귤 출하를 앞두고 농약을 자제하느냐 마느냐는 순전히 농가의 양심에 맡겨야 했기 때문이다.

풋귤은 과잉공급되는 감귤의 생산량을 앞서 소진하는 출하조절뿐만 아니라 농가소득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지난 7일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감귤밭에 풋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해 조례개정과 올해 재개정을 통해 이같은 문제들은 깨끗하게 해소됐다. 이제 풋귤을 출하하고자 하는 농가는 사전에 출하를 신청한 뒤 정해진 기간 동안만 풋귤을 판매할 수 있다. 출하가 임박하면 숙과에 준하는 농약안전관리를 준수해야 하며 출하신청을 하지 않거나 신청물량을 초과한 경우는 일절 출하할 수 없다. 불안정했던 풋귤을 온전히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그러나 고작 수백톤에 불과한 기존 풋귤의 제도권 편입으로 성과를 마무리하기엔 조례 등재의 의미는 아까운 감이 있다. 제도권 편입을 발판삼아 좀더 적극적으로 풋귤산업의 규모를 키워낸다면 풋귤은 감귤산업에 혁신적인 활로를 제공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가장 큰 것은 출하조절이다. 풋귤은 숙과가 나오기 전에 생산량 일부를 소진하는 출하조절 수단이 된다. 만성적인 공급과잉으로 감귤의 폭락 빈도가 높아지는 추세기 때문에 농가들에겐 가장 절실한 부분이다. 숙과 출하기에 집중되는 일손이 여름에 분산되면서 일손부족 현상도 다소나마 완화할 수 있다.

농민들은 출하유치, 소비홍보 등 풋귤산업 확장을 위한 제주도와 농협 측의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가소득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출하와 인력의 분산은 관리비와 인건비의 절약으로 이어진다. 또한 풋귤 자체의 가격도 일단은 기대해볼 만하다. 현재 풋귤의 농가 개인거래 가격은 kg당 2,500~3,000원으로 오히려 숙과를 크게 뛰어넘는다. 시장가격의 경우 아직 형성된 바 없지만 1,000원대 중반으로만 형성돼도 숙과 가격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

감귤농가들은 제주도와 농협을 상대로 풋귤 출하유치와 소비홍보 등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농민들 눈에는 아직 미흡할지언정 도와 농협 또한 어느 정도 의지를 내비치는 모습이다. 간신히 호적을 취득한 풋귤은 이제 본격적인 성장을 위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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