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귤 유통, 실패 딛고 새출발

가공업체 공급 참담한 실패
올해 농협 통해 첫 시장 진출

  • 입력 2017.08.13 00:30
  • 수정 2017.08.13 00:33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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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풋귤이 시장으로의 첫 발을 내딛는다. 지난해 가공용 공급이 실패로 돌아간 뒤 다시금 출발선으로 돌아와 시장을 노리는 것이다. 여태껏 농가 택배거래나 일부 생협 출하를 제외하면 유통경로가 전무했던 풋귤이 새로운 유통경로를 개척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풋귤이 제도권으로 처음 편입된 지난해 풋귤 유통은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원희룡)와 농협제주지역본부(본부장 고병기)는 풋귤의 대량유통 채널을 가공업체(주스·청) 납품으로 낙점하고 1만톤의 수매계획을 세웠지만 실수매량은 320톤에 그쳤다(가공용 186톤).

지난해 가공용 공급을 시도했다 실패를 겪은 풋귤이 올해는 농협 계통출하를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선다. 한승호 기자

이유는 터무니없는 수매단가에 있다. 지난해 풋귤 수매단가는 kg당 320원. 수확에 드는 인건비조차 건사하기 힘든 가격이다. 본시 가공용 과일이란 흠집이 있거나 색택·크기가 적합하지 않은 2등품이다. 당연히 가격은 헐값 중의 헐값이다. 가공업체의 기대가격이 빤한 상황에서 아무래도 제대로 된 수매가 책정은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풋귤은 2등품이 아니다. 가을 완숙기가 되면 정상적인 감귤 가격으로 출하가 가능한데 손해를 무릅쓰고 kg당 320원에 풋귤을 출하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부차적인 문제지만, 8월 31일로 한정됐던 출하기한 탓에 귤이 충분히 크지 못해 출하할 수 없는 문제도 발생했다.

첫 한 해를 허무하게 지나보낸 뒤 도와 농협은 전략을 바꿨다. 우선 조례 개정을 통해 8월 31일로 고정돼 있던 풋귤 출하기한을 도지사 재량으로 운용할 수 있게 했다. 올해 출하기한은 9월 15일까지다.

유통경로는 농협 계통출하를 통한 하나로마트 판매가 주가 된다. 우선 수도권 하나로마트에서 반응을 살핀 뒤 점차 판매지역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며 온라인 쇼핑몰인 농협a마켓 판매도 병행한다. 이달 하순경부터 다음달 15일까지 농협 하나로마트 매대에서 풋귤을 만나볼 수 있게 된다.

농가 대금정산은 정해진 수매단가 없이 판매 후에 정산하는 수탁판매의 방식으로 진행한다. 농협 제주지역본부 측은 kg당 1,000원 이상의 농가수취가를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제주도가 계통출하 물량에 한해 농가에 kg당 180원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그대로만 실현된다면 농가로선 충분히 만족스러운 가격이다.

다만 시장의 반응을 아직 전혀 알 길이 없다는 것이 도와 농협으로선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올해 풋귤 출하 신청 물량은 계통출하와 개인거래를 합쳐 약 720톤이다. 물량도 많지 않은 만큼 올해까지는 시범사업 개념으로 간주하고 있다. 사실상 풋귤산업의 향방은 올해 소비자들의 반응에 달려 있는 셈이다.

제주도청 감귤진흥과 백지훈 주무관은 “감귤산업의 틈새시장으로 (풋귤을) 시작해 보려는 초기 단계로, 지난해의 문제점을 보완하며 맞춰가는 과정이다. 올해 시장에서 소비자 반응을 지켜본 뒤 괜찮으면 대형마트 출하도 시도하면서 시장규모를 키워 보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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