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민중을 먹여 살리고, 운동을 정립해 세상을 바꾼다”

[ 기고 ] 제7차 비아캄페시나 세계총회 참가기

  • 입력 2017.08.12 06:39
  • 수정 2017.08.12 07:37
  • 기자명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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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지난 7월 16일부터 24일까지 바스크공화국(스페인)에서는 세계농민조직인 비아캄파시나 7차 총회가 열렸다. 93년 창립한 비아캄페시나는 4년마다 총회가 열리며, 나는 전농의 대표로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참관단을 조직해 전여농 성원과 학계, 언론계 인사, 통역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2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비아캄페시나는 세계 소농과 농업근로자들을 중심으로 한 연대체이며, 70여개국 170여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 전체 총회는 4년마다, 지역(대륙별) 총회는 매년 열린다. 지역 조직으로는 동남동아시아, 서남아시아. 남미, 북미, 중동-북아프리카, 아프리카, 유럽 등이 있다. 이번 총회는 약 500여명의 농민운동가들이 참여해 청년총회, 여성총회, 전체총회가 열렸고, 다양한 의견과 열정적 토론으로 채워졌다. 그 결과로 총회 선언문과 행동계획이 만들어졌다.

이번 총회의 특징은 첫째, 비아의 창립과정에 대한 이해와 그 역사성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륙별 창립 성원들이 말한 당시의 취지와 조직화에 대한 이야기는 신선했다. 하나의 운동을 지향하되 다양성을 인정하는 부분, 신자유주의 반대를 위해 맞서 싸운 역사는 투쟁하는 조직으로서의 비아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둘째, 농민운동의 과정에서 돌아가신 농민운동가들의 뜻을 새기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시간에 한국농민들의 투쟁영상이 참가국 중 유일하게 상영된 것이다. 백남기 농민의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투쟁과 전봉준투쟁단의 활동, 정권을 꺼꾸러뜨리는 승리의 영상에 각국의 농민들은 호응과 박수를 보냈다. 연이어 백민주화씨가 연단에 올라 전세계 농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는 비아가 한국농민운동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셋째, 야만적인 자본주의 체제와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출됐고, 그 대안을 마련하고자하는 공론화 과정이 진행됐다. 농민의 주인됨과 식량주권을 확보하는 과제는 현체제 내에서는 불가함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새로운 세상을 건설할 때 이 모든 것들이 해결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넷째, 토지, 종자, 물, 녹색혁명, 자유무역, GMO 등이 사유화와 초국적 기업의 이익을 보장하는 체제로 굳어지는 것에 대한 반대와 농생태학 확산, 공동체회복과 유지, 로컬푸드, 먹거리주권, 가부장 반대와 성평등 등 우리의 대안을 만들고 확산하기로 했다.

다섯째, 각 나라의 다양한 이슈와 사회문제에 대한 성명들이 채택됐다. 한국은 미국의 군사주의와 사드반대에 대한 성명을 제안하여 채택됐다. 그 외 다양한 나라들에서 나온-과테말라 원주민에 대한 탄압 반대, 파라과이 정치범에 대한 연대, 아프리카 농민에 대한 박해 반대, 러시아 군사훈련에 반대하는 그루지아의 투쟁에 대한 연대, 기후변화로 희생된 분들에 대한 연대 등- 의제에 대한 성명이 채택됐다.

이번 총회를 지켜보며 한국의 농민들이 비아를 어떻게 이해하고 함께 싸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됐다. 비아는 철학적으로 내용적으로 상당한 수준에서 전세계 농민운동을 이끌고 있음을 알았다. 또한 다양한 의제들의 결집과 다양한 계급, 계층을 포괄하기 위한 노력, 국가별 차이에서 오는 문제의 극복 등은 끊임없는 토론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한국의 농민운동은 원했든 원치않았든 반신자유주의 투쟁에서 세계 농민운동의 중심으로 서 있다. 그러면 우리가 비아를 대하는 방식과 내용, 철학적 수준, 세계 인민을 향한 연대, 새로운 세상을 위한 결기,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하고 있는지 반추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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