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우, 대한민국 2등 쇠고기 꿈꾸다

하나로클럽 상설 안 되던 육우, ‘국내산 LA갈비’로 시장 열어
“저평가 벗어나 수입육 아닌 한우 대체품목으로 자리 잡아야”

  • 입력 2017.08.11 14:56
  • 수정 2017.08.13 16:53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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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축산유통업자의 말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육우는 거의 ‘쓰레기’였단다. 백화점에 한우 10마리가 들어가면 그 중 1~2마리 정도 끼워 팔리는 고기. 납품하는 사람의 독단이든, 결탁이든 육우 중에서 품질이 좀 좋다하면 한우유통업자들에 의해 한우로 둔갑돼 팔려나갔다. 부족한 부분은 육우유통업자가 유우(우유를 생산하는 소)고기를 섞어 팔면 그만이었다. 이렇게 육우는 유통업자들에 의해서 생산농가나 소비자에게 나쁜 이미지만 쌓아갔다.

1998년 축산에 발을 들인 손성호 다담미트 대표는 생각보다 좋은 품질의 육우고기를 보고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손 대표는 “좋은 육우를 가지고 유통할 수 있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육우를 고급화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입육과 경쟁시키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역할을 가진 축산물로서 육우는 한우와 견줘 대한민국 2등 쇠고기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다담미트는 군납, 학교급식, 식자재업체, 하나로클럽 등에 육우를 공급하고 프랜차이즈 <보리네생고깃간>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홈쇼핑에도 진출했는데, 6회를 진행하는 동안 매회 품절대란을 일으켰다고.

완판행렬이 이어지자 최근에는 ‘국내산 육우’라는 멘트를 언급하지도, 화면에 담지도 않던 홈쇼핑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육우에 대한 설명까지 곁들이고 있어 그 효과가 톡톡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프랜차이즈 형태였던 <보리네생고깃간>은 협동조합형으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가맹점주가 출자를 하고 출자배당이나 이용실적 배당을 받는 등 가맹점주가 점포의 주체가 되는 형태를 지향하고 있다.

손성호 다담미트 대표가 기획한 육우 LA갈비. 목우촌을 통해 하나로클럽에서 판매되고 있다. 국내산 쇠고기로 LA갈비를 만든 것은 처음이다.

최근 시장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육우 LA갈비다. 손 대표가 직접 아이디어를 냈고, LA갈비를 만들 수 있는 소도 선별한다. LA갈비용 육우는 목우촌으로 공급하고 목우촌이 하나로클럽으로 납품한다. LA갈비는 육우가 하나로클럽에서 고정석을 차지할 수 있게 한 ‘신의 한 수’였다.

손 대표는 “국내산 LA갈비는 아예 없었다. 갈비 중에서 가장 좋은 부위이기 때문에 나머지 부위가 잘 팔려야 가격경쟁력이 생긴다. 만약 한우로 만든다면 수입산의 4배 가격에 달할 것”이라며 “육우는 한 해 6만5,000두 도축으로 물량이 부족한 건 아니지만 하나로클럽에서 육우를 상설판매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불가능했다. 그러나 육우 LA갈비가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육우를 요구하는 시장은 학교급식, 군납, 식자재업체 등 이왕이면 가격이 싸야 하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수입육과 견줘 가격경쟁력만을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육우 시장을 위축시키고 육우농가가 한우로 업종을 변경하게 하는 핵심적인 요인이다.

손 대표는 “제값을 받을 수 있는 구이용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 육우가 계속 저평가 되면 농가들은 육우 대신 한우를 키우려 할 것이다”라며 “육우는 수입육이 아닌 한우 대체품목이 돼야 한다. 육우가 살 길은 이미지를 개선하면서 한우가격의 55~65% 정도로 평가되는 가격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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