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유전자조작, 어디까지 가려는가?

  • 입력 2017.08.11 14:47
  • 수정 2017.08.11 14:56
  • 기자명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53년 유전자가 이중나선구조로 이루어졌음을 밝혀낸 후, 이 유전자를 가지고 뭔가를 해보겠다는 연구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유전자조작(GM)작물이 재배된 것도 이런 연구의 연장선에 있다. GM작물의 역사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그 안전에 대해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생물체에 유전적으로 아무런 연관이 없는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조각을 집어넣어 원하는 특성을 얻어내는 기술, 그 기술로 인해 원하는 특성이 아닌 다른 문제가 생겨날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자들은 이 가능성을 확률이나 통계의 수치로 무시하곤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5년 농촌진흥청에서 GM벼의 상용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벼는 자가수분 식물이고 타가수분의 가능성은 1% 남짓이기 때문에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이 기술을 처음 상업화한 것이 의약계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최초의 GM기술은 인슐린주사를 만드는 데에 쓰였다. 흔히 생약성분이라고 불리는 것 중에는 이 기술을 통해 이뤄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안전성의정서와 우리 법은 의약용 GM기술에 대해서는 예외로 만들어 놓았다. 가장 큰 이유는 질병의 치료에 대한 선택권이 환자에게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질병치료목적이라는 여섯 글자는 종종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한다. 10여 년 전 우리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줄기세포 논문 조작사건 역시 그러했다. 당시 난치병 환자들이 들고 일어나 줄기세포 연구를 지속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난치병 환자나 그 가족들에게 엄청난 공격을 받았다. 어차피 계속 생산되는 난자 좀 이용해서 병 좀 고쳐보겠다는 데 뭐가 문제냐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나왔다.

몇 년 전부터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조각을 집어넣는 기술이 아니라 원래 생물의 유전자를 가위질해서 문제를 없앤다는 기술이 등장했다. 소위 유전자편집, 유전자교정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그래서 유전자조작은 아니라는 주장도 종종 등장한다. 과연 그럴까? 법에서는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재조합’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가위질을 통해 기존의 유전자의 배열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엄밀히 말해 유전자조작기술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기술 역시 첫 시작은 질병치료목적이라는 여섯 글자를 이용하고 있다. 즉, 아주 교묘하게 법망을 피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이 기술의 연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줄기세포 연구 때나 비슷한 양상이다. 심지어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선전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 때문에 마음껏 연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그때의 사건과 닮아 있다. 더욱이 여기에 이르기까지 국가에서 엄청난 돈을 지원했다는 것까지도 그러하다. 최근에는 급기야 미국의 교수팀과 공동으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 것이 확률이다. 유전되지 않을 가능성을 50%(감수분열을 하는 생식세포의 자연적인 유전가능성이 50%이다)에서 72%까지 높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그 질병에 걸린 사람을 치료하지는 못한다는 것, 질병의 원인이 유전자 하나만은 아니라는 것 등 생명에 관한 것을 단순화해 확률로 설명하는 것에 대한 다양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이 정부는 아마도 여기에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모양이다. 과학기술의 연구개발에 대한 사령탑 역할을 하는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박기영 교수를 임명한 것이다. 정부는 이 교수의 과거 경험을 중시해 임명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교수가 줄기세포 논문의 공동저자였으며 황우석 후원조직을 이끌었던 것이라는 경험이 중시됐단 말인가? 아니면 이에 대한 책임으로 인해 공직을 떠났던 경험이 중시됐단 말인가? 이는 마치 쌀시장 개방을 주도했던 김현종을 통상교섭본부장에 임명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충격이다. 이 정부의 인선, 날이 갈수록 실망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