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31] 토마토

  • 입력 2017.08.11 14:46
  • 수정 2017.08.25 12:07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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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봄에 현남면에 사시는 토종종자 지킴이 김혜영 선생으로부터 토종 토마토 모종 30여 포트를 얻어 심었다. 퇴비만 좀 주고 무경운과 무비닐을 목표로 열심히 가꾸었다.

7월말이 되자 토마토가 하나 둘 익기 시작했다. 그런데 왠일인지 벌레먹은 것이 많았고 배꼽이 썩어가는 병이 걸려 제대로 된 것이 별로 없었다. 토마토가 열리긴 했고 익어는 가나 엉망이었다. 문제가 뭘까하고 이웃농부께 물어 보기도 하고 각종 정보를 찾아보니 대체로 칼슘이 부족하고, 방제를 소홀히 한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토마토는 나의 주작목이 아니라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아무리 주작목이 아니라도 이렇게 병이 들고 시원치 않아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4종 액비를 2회 엽면시비하고 벌레 방제를 위해 할미꽃 뿌리 삶은 물을 1주일 간격으로 3회 정도 희석해 살포했다. 뒤늦게 구아노(갈매기똥)를 밭에 뿌려 주기도 하며 정성을 쏟았다.

토마토는 다시 생기를 찾기 시작했고 초반보다는 열매도 잘 맺는 것 같았다. 그러나 토마토가 못생기고 약간의 상처도 있는 것이 아닌가. 시장에서 볼 수 있는 말끔하고 티 없는 놈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이 못생긴 토마토를 주스와 통조림으로 만들기로 했다.

인터넷을 뒤져 토마토 주스와 통조림 만드는 방법을 익힌 다음 2~3일에 한번 꼴로 가공작업을 한다. 먼저 토마토를 물로 잘 씻어 덜 익은 부위와 상처 있는 곳을 도려내고 두 세 토막으로 자른다. 이를 끓는 물에 15초 정도 집어넣은 다음 꺼내어 얇은 겉껍질을 벗긴 다음 랩봉투에 일정액씩 넣고 냉동해 둔다. 무더위에 땀을 뻘뻘 흘릴 때 하나씩 꺼내서 녹여 먹으면 여간 시원하고 좋은 것이 아니다. 이를 다시 끓여서 믹서로 갈면 토마토 주스가 된다.

또한 토마토 통조림은 얇은 껍질을 벗긴 다음 다시 50분 정도 작은 불에 서서히 끓이면서 졸이면 수분이 증발하여 양이 줄어들게 된다. 이를 미리 소독하여 준비해 두었던 병에 넣은 다음 병을 거꾸로 하여 다시 5분정도 끓여주면 통조림이 완성된다.

이러한 일련의 가공 과정을 거치면서 느끼는 것은 소규모로 집에서 작업하기가 여건 번거로운 것이 아니며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는 사실이다. 물량이 좀 많으면 기계를 이용하든지 일손을 구하면 되겠지만 적은 양 가지고는 이도 저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산한 토마토는 비록 모양은 엉성하고 못생긴 외모를 가졌으나 가장 생태적인 환경에서 벌레와 세균들을 스스로 이겨내고 자란 세상에서 가장 귀한 토마토임을 확신하고 싶다. 그래서 너무 아까워서 남에게 주지(팔지) 못하고 내가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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