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만 가는 농민들 한숨소리

이효신 (전북 정읍 덕천면 도계리)

  • 입력 2008.04.28 02:04
  • 기자명 이효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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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신 전북 정읍 덕천면
개방농정으로 농민들이 힘들지 않은 시기가 없었지만 요즘들어 부쩍 농민들의 한숨소리가 높아만 간다. 사료값이 오르고, 비료값이 오르고 있지만, 오르지 않는 것은 농산물값 뿐이다.

동네 어르신에게 담배밭, 고추밭 경운작업을 부탁 받아 트랙터로 로타리 작업을 해주었다. 얼마를 주어야 하냐고 묻는데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작년보다 두배 오른 기름 값에, 농기계 값도 오르고, 농기계 수리비용 또한 덩달아 올라 분명 작업비도 거기에 맞추어 받아야하는데 농사짓는 농민으로 농산물값은 제자리인 줄 뻔히 알고 있는 나는 “주시고 싶은 데로 주세요” 했더니, 기름값이 올랐다고 조금 더 주시는 분들도 있고 작년과 같은 가격으로 주신 분들도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농촌에 정말 분노할 일이 벌어졌다. 이명박 정부가 총선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굴욕적인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을 선언했다. 정부의 발표로 소값은 끝이 보이지 않고 떨어지고 있다. 사료값이 폭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심리적 불안이 큰 소규모 사육 농가들이 시장에 너도나도 팔면서 가격하락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나도 한육우 30두 정도를 사육하고 있다. 사료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 발표 전에 팔려고 중간 도매인에게 알선을 부탁해 놓았지만 가격도 맞지 않을뿐 더러 가져가지도 않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며칠전 사료구매자금을 신청하러 축협에 갔는데 담당직원들과 농민들이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정부가 사료값 급상승에 따른 축산농가의 농가부담을 덜어준다고 제시한 지원조건은 대출기간이 1년에 금리 3%이고, 거기에 농가 담보여력 및 경영상태 등을 평가하여 조건과 능력이 없는 농민들은 사실상 지원받을 수 없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원하는 만큼 지원을 받을 수 없었고 설령 받아도 1년 후에 갚아야 되는데 이렇게 가격이 폭락하고 있는데 무슨 수로 갚을 수 있을까.

복합 영농을 하고 있는 터라 못자리 준비와 농기계 작업 등 일이 쌓여 있지만,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와 한미FTA 국회비준저지를 위한 농민대회’에 만사를 제쳐두고 다녀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가 고기를 사는 입장이니까 맘에 안 들면 적게 사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농업에 대한 천박하고도 경박한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난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농업을 살릴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이분이 과연 우리나라 대통령이 맞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든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소식과 함께 한우 값이 크게 떨어진 만큼 정부는 산지 소값 안정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농가들이 소를 중간상인에게 팔거나 공판장을 통해 출하하기 때문에 도축세 폐지는 농가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며, 브루셀라병 살처분 보상기준도 충분하지 못한 만큼, 시가 전액을 보상해줘야 한다. 사료구매자금을 무이자로 지원하고 지원기간도 3∼5년으로 늘려 농가에서 소를 키워 갚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생산비 부담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광우병의심 되는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무효화해야 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매번 되풀이 되는 정부의 생색내기 정책에 농민들은 신물이 난다. 더 이상 농사를 지어먹을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농민들의 불만이 어떻게 폭발할지, 과연 우리 농민들이 어떠한 선택을 할지 아무도 모르는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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