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급식용 김치 납품 중단 위기, 그 후

농협 김치 영업점, 품평회 직전 자격 박탈 … 법제도적 혼란 정리 시급

  • 입력 2017.08.11 14:07
  • 수정 2017.08.11 14:16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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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전남 해남 화원농협 김치가공공장에서 직원들이 절임배추를 생산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아무리 큰 학교에 한 달을 납품해도 판매액이 1,000만원도 안되는데 대기업이라니요.”

충남 아산 선도농협이 생산하는 선장김치의 서울경기 총판 대표인 우경인씨의 하소연이다. 지난 7월 성동구에선 학교급식 납품 김치업체 모집을 위한 품평회를 열었다. 서류평가와 현장평가에 이은 마지막 절차였다. 우 대표는 경기식품조합공동사업법인과 함께 품평회 직전 성동구로부터 자격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성동구의 입장은 민원을 받았다는 중소기업벤쳐부(옛 중소기업청)가 김치는 중소기업만 납품 계약을 할 수 있는데 농협은 중소기업이 아니라는 전화를 받아 통보했다는 것이다.

우 대표는 “서울지역 학교급식에 납품하는 경쟁업체가 중소기업벤쳐부에 민원을 넣은 것인데 결국 조공법인과 지역농협, 총판까지 농협중앙회처럼 모두 대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학교급식 계약은 영업점과 학교가 하게 되는데 영업점의 경우 직원도 소수고, 한 달 납품 총액도 1,000만원 미만이라 중소기업으로도 볼 수 없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소기업벤쳐부가 지난해 7월부터 김치를 생산하는 지역농협과 조합공동사업법인에 직접생산확인증(증명서)을 발급하지 않으며 빚어진 혼란으로 인한 피해 사례다. 중소기업벤쳐부는 지난 2015년 말일자로 ‘국가계약법’상 수의계약 대상자에서 특별법인이 완전히 제외된 것을 이유로 들고 있고, 농협에선 ‘중소기업판로지원법’에 농협이 수의계약 대상자로 지정돼 있다며 맞서 왔다. 이와 관련 법제처는 중소기업벤쳐부의 손을 들어줬지만 법 해석의 혼란 속에 애꿎은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심재진 농협경제지주 식품사업부 차장은 “지역농협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국 12개 농협 김치공장에서 거래하는 영업점이 90군데인데 소상인 분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심 차장은 “하반기부터 피해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농협법 개정안 통과에 방점을 찍고, 국회 처리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심 차장이 얘기한 농협법 개정안은 지난 4월 김철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으로, “우리농산물 판매활성화 차원에서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그 밖의 공공단체는 지역농협과 수의계약의 방법으로 식품공급에 관한 납품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가장 큰 문제는 결국 농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배추, 무, 고추, 마늘, 파, 양파, 생강, 부추, 당근 등 김치원료의 계약재배농가는 100여개 농협 1,800농가에 달한다. 물량으로는 5만9,000여톤, 480억원어치다.

김 의원은 지난달 27일 “우리농산물을 활용해 김치를 생산하는 지역농협이 계속해서 중소기업으로 간주되지 않을 경우 학교, 군대 등 공공기관 납품에 진입장벽이 발생해 농협 김치사업이 크게 위축돼 원재료 생산 농민들의 농산물 판매에 차질을 빚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도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적 약자인 농민을 위해서라도 지역농협의 중소기업 지위 인정 및 농협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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