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국가 농정 기본 틀, 대통령 직속기구로 바꾸라

  • 입력 2017.08.04 11:59
  • 수정 2017.08.04 12:01
  • 기자명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권한 지 3개월이 됐다. 그러나 대통령이 약속한 적폐농정 청산과 농정대개혁의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19일 발표된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의 농정분야 내용들은 농정공약 조차 축소·폐기하고, 이전 정부의 구호와 사업명을 재탕 삼탕하며 단기적 현안 위주의 주변부 사업들을 열거함으로써 현장의 질타와 원성을 자초했다.

무엇보다 문제는 집권 3개월째인데도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 부당환수 문제나 쌀값폭락대책 등 쌀농사종합대책, 내년도 농업예산 감소(전년대비 -1.6%) 문제, GMO 개발반대 및 완전표시제 문제, 밥쌀 수입중단 문제 등에 대한 어떤 명쾌한 해법 없이, 오히려 참여정부 때 매국적·반농민적 한-미 FTA협상을 이끈 사람을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임명하는 등 개혁의지 실종의 우려를 키우고만 있다.

지난 4월 27일 대통령은 후보 시절 농정공약 발표에서 “국가 농정의 기본 틀부터 바꾸겠다. 현재 농어업·농어촌의 위기는 경쟁과 효율만 강조하고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농정에 대한 국가 철학과 기조를 바꾸겠다. 농업·환경·먹거리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지속발전 가능한 농업으로 농정의 목표와 방향을 근본부터 바꾸겠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기구를 설치하겠다. (여기서) 농어민과 국민이 참여해 농어업인의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고, 소비자와 농민이 참여하는 도농상생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겠다”고 거듭 밝힌 바 있다.

특히 대통령은 후보 시절 ‘농민을 대접하고 안심 농사를 짓게 하겠다’고 했다. 농민을 ‘대접’하고 ‘안심 농사’를 짓게 하는 길은 적폐농정으로 인한 농민의 불행과 농업·농촌의 위기로 인한 국민의 불행을 직시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농민이 불행하면 왜 국민이 불행한지, 농업·농민의 보호·육성과 발전 없이 왜 선진국이 될 수 없는지, 농업·먹거리·농촌문제가 왜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고 국민 모두의 문제이자 국가경영의 근본과제인지를 인식해야 한다.

대통령과 새 정부에 거는 농민과 국민의 기대가 크다. 하지만 적폐농정 청산과 농정 대개혁의 길은 현재의 국회 정치지형 아래서, 그리고 수십 년 오늘의 위기를 만들어온 적폐농정 관료들의 기득권 아래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여소야대의 정치지형을 넘어서고, 기존 관료들을 개혁의 주체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민과 국민과 함께하고’ 구체제 관료들에게 포획되지 않고 ‘대통령이 직접 살펴’ 국가 농정의 기본 틀부터, 근본부터 바꾸는 직속기구를 제대로 설치·운영해 나가야 한다.

농민·국민과 함께하는 협치와 정책결정과정의 혁신은 대통령이 후보 시절이나 지금 계속 강조하고 있는 새 정부 국정 철학이 아닌가. 대통령 직속기구를 하루빨리 설치해 농정대개혁의 비전과 전략·추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대통령 직속기구는 농업·먹거리·지역·생태환경과 관련한 국정과제위원회의 하나로서, 단순히 자문기구가 아니라 농민, 소비자 시민, 전문가, 정부 간 신뢰와 협력 속에 진정한 민간 협치기구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관련 정책방향과 실천계획 수립, 정책 조정과 시행점검·평가 등을 담당해 대통령이 농민·국민과 함께 국가 농정의 기본 틀 개혁을 직접 살피는 컨트롤타워가 돼야 할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성공하는 길은 어디서부터 찾아야 하는가. 협치와 혁신을 잘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협치농정기구와 같이, 농민·국민과 함께, 농민·국민의 힘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그 길만이 여소야대 국회를 넘어서고, 적폐농정 관료들에 다시 포획되지 않으며, 진정으로 적폐농정 청산과 농정대개혁에 성공해 시대교체의 새 정부 1기를 열게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