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민을 만나다⑦] 청년 귀농귀촌 준비모임 ‘농촌재생네트워크’

청년이 살고 싶은 농촌으로!

  • 입력 2017.08.04 10:58
  • 수정 2017.08.04 15:29
  • 기자명 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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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신수미 기자]

농사를 지으며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가치를 찾기 위해 모이는 젊은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청년농민에 대해 잘 모른다. 농촌의 고령화를 지적만 할 뿐 주변에서 고군분투하는 젊은이들의 고민을 들어보지 못했다. 매월 첫 주 청년농민이 만들어가고 있는 소통공간을 찾아 농업·농촌·농민의 미래를 함께 그려 보고자 한다. 

지방소멸의 시대, 지방소외의 시대라는 쉽지 않은 사회의제를 고민하면서 모인 청년들이 있다. 개인의 귀농·귀촌을 넘어 청년들이 돌아갈 수 있는 ‘청년 친화적 농촌’을 만들어 가겠다는 기특한 포부를 가지고 이제 막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농촌재생네트워크(준)’다.

지난 1일 휴가 인파가 쏟아지는 광주송정역 앞에서 농촌재생네트워크 대표인 이행섭(39)씨를 만났다. 이씨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고 농업을 전공하면서 ‘지속가능한 청년네트워크’라는 단체에서 활동했었다. 청년네트워크는 청년안중근, 청년예술가 모임 등 대안적 청년활동을 모색하는 단체들의 연합이다.

이씨는 그 속에서 농촌재생분과를 맡아 농촌과 청년의 역할을 고민해왔다. 그리고 몇 년 전 광주로 내려왔고, 청년들을 모아 농사짓는 동아리를 만들었다. 그는 고향인 전남 함평을 오가며 적은 규모지만 3년째 벼농사를 짓고 있다. 농사동아리를 함께 했던 청년들은 농촌공사나 친환경인증업체 등 농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그 친구들은 귀농을 하긴 어렵지만 농촌사회의 구성원으로 농업과 농촌을 살리는데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

“청년들이 꼭 도시에서 직업을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농촌의 삶을 겪어보지 못해서 아예 이쪽으로 고민을 못할 뿐이에요. 저는 그런 청년들이 농촌에서 자기 역할을 찾아 미래를 꿈 꿀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도시에는 전문가들이 넘쳐나고 경쟁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고, 그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도 짧아요. 농촌은 공동체가 살아있고 정년의 개념이 다르잖아요? 많은 전문가들이 농촌이 대안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직접 보여주고 싶은 거죠.”

농촌재생분과 모임을 함께 하던 회원 8명이 함께 준비를 하고 있다. 농촌출신 회원은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의 경험을 살리는 귀촌을 하려고 한다. 사진가이면서 목수기능을 가진 친구는 이동사진관, 집수리 등을 하면서 자리를 잡을 예정이고, 이행섭씨는 굼벵이 농사를 준비하고 있다. 도시가 고향인 친구는 도시에서 청년들을 만나 모임을 알리고 각 지역에 자리잡은 회원들에게 연결해 농촌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귀촌한 회원들이 각자 도시 청년들에게 도시와 농촌을 잇는 허브고,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농촌재생네트워크(준)가 농촌을 접근하는 방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학생운동을 거쳐 농사를 지으면서 농민회를 통해 운동을 배우던 방식과 다르다. 대학에서 공부를 하면서 지방소멸, 청년의 삶에 대한 고민을 학문적으로 접근했고, 연구 결과를 직접 현장에서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모임에는 정책위원을 따로 두고 이론과 실천을 함께 하려고 한다.

이제 시작단계라 모든 게 어렵고, 또 모든 걸 할 수 있을 것도 같다고 한다. 무조건 도전해서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부딪칠 각오는 돼있다. 그래도 어려운 문제는 도시생활의 주변정리다. 배우자나 사귀는 사람의 동의를 얻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

첫 사업으로 오는 17일부터 ‘도시청년들의 전환적 생활, 농촌활력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귀촌준비 농활을 추진하고 있다. 귀촌하는 모임답게 오전에는 영농일을 하고 오후에는 그 지역의 특색있는 곳을 찾아 견학을 할 예정이다.

도시에 있는 청년들을 모으는 일과 더불어 농사를 짓는 청년들을 만나는 것도 중요한 계획이다. 농촌을 지키고 이끌어가는 가장 큰 힘인 청년농부들은 귀촌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가장 든든한 벗이 돼 줄 것이라 믿는다.

“요즘은 청년이 화두잖아요. 그래서 농업쪽에서도 청년모임들이 만들어지고 청년정책이 나오고 있죠. 우리도 청년이 살고 싶은 농촌, 청년이 돌아가고 싶은 농촌을 만드는 큰 흐름에 기여를 하고 싶어요.”

청년들의 활기가 넘치는 농촌은 모두의 바람이다. 그 바람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뛰는 청년들에게 등을 토닥이고 싶어졌다. 이들의 농촌정착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 귀촌운동이 궁금하거나 함께하고 싶은 분은 연락하세요. 이행섭 농촌재생네트워크(준) 대표 010-2365-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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