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농정개혁,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 토론회 주제발표4

“농민들이 개헌 과정에서 목소리 내야”

  • 입력 2017.07.21 11:53
  • 수정 2017.07.21 12:01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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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과 농업’ -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자들에게 우리 헌법에 농업, 농촌, 농민이 어떻게 규정돼 있는지 물어봐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해방 직후 헌법에 소작금지를 명시한 것 외엔 바뀐 게 없다. 그러다보니 농업 문제는 국가적 차원이 아닌 담당부처 장관의 권한 또는 관료의 재량 문제로 그쳤다.

촛불은 ‘내 문제는 내가 대표한다’는 뜻을 보여줬다. 농업 문제는 농민 주도로 해결책을 만들고 헌법에 담아야 한다. 현재 농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관료들에게 강제력을 가진 헌법 차원에서 농업의 문제를 국가의 문제로 만들자.

개헌을 하며 인권으로서 모든 사람은 식량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 권리에 맞춰 식량주권이란 개념이 나왔는데 주권이란 내 생활은 내가 결정한다는 것이다. 식량주권은 농산물시장 개방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도시와 농촌이 상호결합해 하나의 공동체를 만드는 게 식량주권의 요체다. 식량은 상품으로서 거래의 대상이 아닌 사람이 살아가는 인권이란 점을 선언해야 한다. 농업의 다기능성이 얘기되는데 농업이 환경에 기여하고 국토의 종합적인 이용발전에 기여하고 전통문화 계승에도 기여한다는 걸 뜻한다. 농업, 농촌, 농민의 문제는 경제적 관점에서 통제하는 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공공성을 갖고 있다.

스위스는 헌법에 연방정부가 농업부문이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 자연자원과 경관의 보전, 분산적 인구 정착에 대한 본원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포르투갈 헌법은 농업정책 형성에 농업노동자들과 농민의 참여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터키는 헌법에 농업 생산자들이 자신의 생산물에 대해 현실가치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베네수엘라 헌법은 농업활동에 내재하는 불이익을 보상하기 위한 국가적 및 국제적 여건을 촉진해야 한다고 국가의 책무를 밝혔다. 볼리비아 헌법은 식량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식량안보 및 식량주권의 틀에 따라 국가는 농업에 대해 자세한 보호의무를 지게끔 규율했다.

우리 헌법은 경제조항에 농업 문제를 둬 농업 문제를 경제의 장에 두고 있다. 식량주권와 식량의 다기능성의 핵심은 농업은 시장경제 바깥에 있는 것이다. 농산물 가격에 통제되는 게 아닌 국민 전체 이익에 맞춰 통제돼야 한다. 헌법에서 농업을 경제조항에 두다보니 경제정책의 하위개념으로 오해하기 쉽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헌 과정에서 농민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어떤 조항을 두더라도 의미가 없다. 광장에서 펼쳤던 시민정치를 이제 농민의 정치로 전환하고 다시 농민의 정치를 시민정치화하는 작업이 이번 헌법 개정의 주축이 돼야하는 것이다.

 

※ 아래 관련기사 링크에서 나머지 주제발표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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