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업체 ‘갑질’ 고름 짜내나

새 정부 들어 분위기 급반전 … 불공정 거래행위 정조준
김영록 장관 “갑을 관계 억울함 호소에 면밀한 검토 중”

  • 입력 2017.07.21 09:18
  • 수정 2017.07.21 09:33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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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곪을대로 곪아 버린 가금분야 계열화사업의 ‘갑질’ 고름을 이번에는 짜낼 수 있을까. 계열업체의 농가에 대한 갑질을 고칠 수 있는 계기가 될지 가금농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계열업체의 갑질 문제는 전체 육계·오리 생산물량의 절대다수가 계열화사업에 포함되며 관행처럼 굳어져왔다. 그러나 새정부 들어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하며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분위기가 급반전되고 있다.

전남 장흥군에서 오리를 사육해온 K씨는 지난 3월경 인근지역에서 AI가 발생하며 예방적 살처분 조치를 받았다. 약 8,000만원의 살처분 보상금을 산정 받았지만 먼저 보상금을 수령한 계열업체는 약 2,000만원만 K씨에게 지급했다.

K씨는 “오리는 1수당 4,381원의 보상금이 정해졌는데 계열업체가 사육일령을 기준으로 농가가 받을 보상금을 다시 계산해 1수당 2,585원으로 계산하더라. 여기에 사료값 등을 따로 제하니 보상금이 확 줄어버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장흥군을 찾아 이럴 수 있냐고 호소했지만 군청에서 회사 직원을 불러 소명하라 하더라. 그러나 농가는 회사직원 앞에서 큰소리를 칠 수가 없다. 계약서에 명시된대로 살처분보상금을 처리했다고 하지만 인근 계열업체와도 차이가 너무 난다”며 “갑질도 이렇게 할 수가 있냐”고 억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육계 계열업체의 각종 불공정행위도 다시금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김상근 회장)는 지난 18일 경기 안양시 한국육계협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계열업체의 불공정행위에 관한 요구사항을 밝혔다.

협의회는 “계열업체의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함으로써 계열농가와 소비자를 동시에 보호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육계 사육농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지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육계 사육자재 품질 개선 △육계 상차반 식사대 농가 부담 △사육비 보증제도 도입 △계열업체 대규모 직영농장 운영 금지 △사육경비 지급기한 단축 △소득안정자금 지급기준 현실화 등 16개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협의회는 기자간담회 당일로 한국육계협회(회장 정병학) 내에 육계 계열화사업자 불공정행위 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을 시작했다. 또 육계협회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불공정행위 신고 코너를 이달 중 개설해 신고를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계열업체가 회원인 한국육계협회에서 스스로 계열업체의 불공정행위를 시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한양계협회(회장 이홍재) 역시 계열화사업 불공정 거래행위를 뿌리 뽑을 적기를 맞았다는 판단 속에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곧 구체적인 불공정 사례를 모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오세진 양계협회 육계위원장은 19일 대전에서 육계위원회를 열고 “전국적으로 농가의 식비 부담만 50억원은 된다. 계열업체와 위탁대행업체가 농가에 일체 향응제공을 요구할 수 없도록 축산계열화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대평가 공정성 문제 △계약서 부칙의 문제 △살처분 보상금의 수령 및 분배 문제 등을 쟁점화할 뜻을 분명히 했다.

농식품부는 가금산업발전대책 중 하나로 계열화사업의 균형 발전안을 검토하고 있다. 계열업체의 부당행위 근절을 목표로 일방적인 농가 손해 전가를 제한하고 자재 지급단가 및 산출방법을 명문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계열업체가 불공정한 거래행위를 할 시 과태료를 최고 1,000만원에서 최고 5,000만원으로 인상하고 조정기간은 10일에서 20일로 늘려 시·도지사의 분쟁조정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안도 논의 중이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18일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주최한 국회 대토론회에 참석해 “계열업체와 농가 간 갑을 관계 설정으로 농가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살처분 보상비가 왜 계열업체에 돌아가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면밀한 검토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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