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새 희망의 길을 찾다⑦] 전남 화순농협

경제사업 활성화로 지역복지를 꿈꾼다

  • 입력 2017.07.21 08:22
  • 수정 2017.07.21 14:55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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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농협법 개정안이 일부 수정 끝에 국회를 통과하며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이 결국 지주체제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사업구조 개편 전면 재평가 및 경제사업연합회 체제로의 전환 등 농협 개혁을 요구하는 농업계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이에 <한국농정신문>은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와 공동기획으로 매월 1회 모범적 지역농축협의 목소리를 통해 농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롭게 모색할 계획이다.

벼 산물수매·중소농 지원 등 경제사업 ‘박차’ … 친환경농업 토대 마련도 ‘한창’

지난 6월 개장한 화순농협 로컬푸드직매장에서 지난 17일 이형권 조합장(왼쪽 여섯 번째)과 임직원들이 밝게 웃으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 조합장은 “우리 농협이 이렇게 분위기가 좋다”며 한껏 자랑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7일 방문한 화순농협은 읍단위 농협이지만 상당한 규모를 자랑했다. 대형마트와 견줘도 손색이 없는 4,892㎡ 규모의 하나로마트는 화순농협 경제시설의 중심축이다.

바로 옆에는 지난 6월 들어선 로컬푸드직매장이 위치하고 있다. 중심건물의 1층엔 금융점포가 있고 2층엔 화순농협 사무공간과 함께 각종 문화공연까지 가능한 대회의실, 다문화가족 휴식공간, 건강체조교실 등의 교육이 이뤄지는 복지공간이 자리했다.

3층엔 찜질방과 더불어 안마, 운동기구 등이 구비된 건강관리실, 그리고 독서실도 있다. 중심건물의 앞쪽엔 주유소가 있고, 뒤편엔 자재센터를 두고 있다.

화순농협은 조합원은 물론이고 지역주민이 농협을 방문하면 한 번에 다양한 일을 처리할 수 있는(one-stop) 서비스를 구현하는 한편, 학생들부터 어르신까지 즐겨 찾을 수 있는 종합복지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이형권 화순농협 조합장은 “농협이 무슨 복지냐고, 남들로부터 미쳤다는 얘기도 듣는다”면서 “결국엔 농협이 지역 내에서 호흡할 때 일정한 수익이 창출되고, 그 부분을 지역에 환원하는 것은 협동조합으로선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화순농협은 경제사업 활성화를 토대로 다양한 복지사업을 내실화하며 전국 최고의 지역농협이 되기 위한 잰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

‘농민을 위한 농협’ 만들기 고군분투

화순농협의 손익구조를 보면 경제사업이 53%, 신용사업은 47%다. 신용사업 위주에서 탈피한 경영이 돋보인다. 그 중심엔 2005년 당선 이후 3선을 하며 12년째 화순농협을 이끌고 있는 이 조합장이 있다. 직원들은 이 조합장을 ‘특이한 조합장’이라고 표현했다. 남들이 안하거나 귀찮아하는 일을 찾아 선도적으로 개척하고, 그 길을 농민조합원이 순탄하게 따라오게끔 하는 성향이라는 것이다. 이는 “협동조합인 농협이 농민과 같이 호흡하지 않으면 존재의 가치가 없다”는 이 조합장의 평소 지론에서 비롯된 운영원리다.

대표적 사례가 벼 산물수매다. 농가들이 수확을 해서 도로에 말리고, 집에서 열풍기로 말리던 풍경은 화순읍에선 이제 오래전 일이다. 수확기 원하는 농가는 100% 산물수매를 하고 있다. 편해졌다는 소문이 나니 따라하는 농협도 생겼다. 지난해 연말엔 40kg 조곡(벼) 시세가 3만3,000원선이었는데 4만원에 수매하는가하면 운송비 등 작업비 지원을 감안해 4만4,000원을 정산하기도 했다.

이 조합장은 “평생 농사를 지은 농민들의 힘든 부분은 농협이 도와드리고, 편하게 농사짓게 만든 부분은 스스로 자랑하고 싶다”고 평가했다. 최우현 지도과장은 “농민은 생산만하고, 판매는 농협이 전담한다는 것이 조합장의 확고한 신념이라 어떤 생산물이든 전량수매에서 모두 판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근 상인의 반발 등 우여곡절 속에 최근 개장한 로컬푸드직매장도 소농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전에도 하나로마트에서 소농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했지만 팔아주는데 급급했다면 로컬푸드직매장이 들어서며 가격도 출하농가가 정해 만족하고 있다는 게 이 조합장의 설명이다.

화순농협은 고령영세농 등 소농에 벼와 배추, 고추 모종을 지원하는 육묘장 사업과 2010년부터 고사리 무상입식 사업도 추진해왔다. 임야가 70%인 지역이라 멧돼지 피해가 많았던 터에 소득작목을 고심하다 선택한 것이 고사리다. 관리만 잘하면 보통 평당 2만5,000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한다. 또 올해안으로 100평 이내의 시설하우스를 소농에 지원할 계획이다.

화순농협이 공을 들이고 있는 핵심 경제사업은 친환경농업으로의 토대 조성을 위한 친환경농업대학 개최와 친환경미생물 무상 지원이다. 친환경미생물의 경우 농약 사용을 줄여 농가소득에 도움이 되는 한편 국민의 먹거리를 안전하게 생산해 상품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의도다. 내년엔 배양장을 증설해 전 조합원 무상 지원에 힘쓸 계획이다.

화순농협이 다양한 경제사업을 시도할 수 있는 배경엔 하나로마트가 있다. 250억원에 달하는 연매출로 영농자재나, 주유소, RPC 등 다른 경제사업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메우고 있어서다. 최 지도과장은 “화순읍 인구만으론 하나로마트 운영에 한계가 있어 광주 인근에 위치한 만큼 광주 동구와 남구에 지속적 홍보를 통해 광주시민이 고객층으로 신규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보에 집중하는 또 다른 사업은 복숭아단지로 조성한 ‘도웅리 복사꽃 사진 콘테스트’다. 응모자엔 4.5kg 시식복숭아를 보내고 수상을 하면 농산물상품권을 보낸다. 이를 통해 직거래가 활성화돼 매해 ‘완판’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최 지도과장은 “다양한 경제사업으로 매년 20억원 이상의 순수익을 올리며 탄탄한 농협으로 거듭나니 타지역농협의 견학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민 위한 사업 성과, 복지로 지역순환

이 조합장은 “협동조합이 어떻게 보면 이익을 내선 안 된다. 그런데 또 이익을 내야 한다. 야누스 적”이라며 “수익을 내지 못해서 배당이나 교육지원사업을 안하면 협동조합의 제 역할에 어려움이 있다. 농민이 필요로 하는 사업에 성과를 내고 그 이익이 지역주민에 순환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농협이 구매, 판매, 금융사업 등 단순한 기능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농민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는 농협의 목적대로 지역농민, 주민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조합장의 이런 의지는 화순농협이 종합복지공간을 만들어 낸 배경이다.

물론 그의 의지는 여러 사업에 적용됐다. 그중 눈길을 끄는 사업은 준조합원 배당 실행이다. 전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사례다. 대의원 설득에만 2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준조합원 배당을 통해 모든 사업의 이용률이 높아지는 한편, 농협에 일정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결과를 낳았다. 2008년부터 10여년간 지속한 다문화가정돌봄사업도 하나의 사례다.

이 조합장은 이제 지역환원 사업의 연장선 상에서 의료복지를 고민 중이다. 누군가는 산업화가 국가발전에 공헌을 했다지만 이 조합장은 국민의 먹거리를 지켜온 고령농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농촌 어르신들이 부를 축적한 것도 아니고 남은 건 오로지 농부병 뿐이라는 이 조합장. 화순농협은 수익의 지역사회 환원의 측면에서 실버사업, 요양복지를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고 있다. 관건은 지자체와의 연계다.

이 조합장은 “지역과 주변환경을 철저히 분석한 경제사업을 통해 강소농협을 육성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어렵고 힘들게 농업을 지킨 사람들의 소중한 마음이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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