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값 싼 동정에 그치지 않으려면

  • 입력 2017.07.20 20:46
  • 수정 2017.07.20 20:47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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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를 봤다. 멀티플렉스를 제외한 상영관을 찾으려니 ‘너네 없이도 영화는 볼 수 있다’는 통쾌함 한편으로는 축산을 얼마나 혐오스럽게 그려놨을까 걱정도 됐다. 어떤 후기도, 인터뷰도 읽어보지 않았다. 다만 봉준호 감독이 ‘공장식 축산의 상징, 감금틀 금지에 서명합니다!’는 피켓을 들고 찍은 사진은 보았다.

영화가 시작되고 30분이 지나자 왜 이 영화에서 튄 불똥이 유전자조작 실험을 하는 다국적기업이나 국내 기관으로 튀지 않았나 의문이 들었지만, 슈퍼돼지 옥자를 보니 이해가 됐다. 미자는 하루를 산 속에서 옥자와 함께 보낸다. 옥자는 미자의 말을 알아듣는 듯했고, 위험에 빠진 미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도 했다. 사육하는 가축에 치이는 농장주는 없었다. 무엇보다 계곡 속으로 흩뿌려지는 분뇨는 냄새가 나지 않았다. 화면 속이었고, 영화였으니까.

미자가 옥자를 찾는 여정에는 한 동물보호단체가 함께 했다. 이게 영웅영화인가 흥미진진해지려는 찰나, 옥자를 만든 회사의 실체를 폭로하기 위해 고의로 통역을 잘못했다고 고백하는 구성원을 폭행하는 리더의 모습이 그려졌다. 내 기준에서 그건 위선이었다. 영화를 보는 순간엔 미자에 감정이입을 하니까 그들을 내심 응원하고 있었지만, 그 동력이 저 한 장면으로 인해 꺼져버렸다.

결국 미자는 금돼지를 주고 도축 직전의 옥자를 구출해 돌아온다. 뜬금없는 얘기지만 개인적으로 영화 옥자에서 가장 강렬했던 기억은 배우 최우식의 등장이었다. “제가요. 1종 면허는 있는데 4대 보험이 없거든요.” 유전자조작이라던가, 비정규직 문제를 다뤘더라면 어땠을까.

무튼, <한국농정>이 지난 두 달간 축산 기획연재를 하면서 두 번째 주제로 동물복지를 선택한 것도 축산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서였다. 물론 가축들이 본성대로 먹고 움직이며 자라도록 축산환경이 변화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의식수준도 높아졌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도 늘었다. 동물복지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하지만 무조건 현재의 축산을 비난하기 전에 왜 축산이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됐는지 (저렴한 것, 특정 부위만 선호했던 건 아닌지, 너무 많이 먹진 않았는지…) 최종 수요자인 인간으로서 자신을 돌아볼 필요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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