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축산물 어떻게 만나나

[ 연재기획 ] 우리 축산의 대안을 찾다 - 동물복지 대세라지만 ④
동물복지 고려한 생협 … 인증제품 파는 마트 늘어
하림·참프레, 육계 중심으로 동물복지 닭고기 출시

  • 입력 2017.07.20 20:41
  • 수정 2017.07.31 17:55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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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우리 축산은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공연한 수식어가 아니다. 가축질병, 수급불안, 무허가축사 적법화, 기업의 축산업 진출, 수입축산물의 거센 도전 등 만만치 않은 현안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급한 불을 끄는데 매달리다보면 등 뒤에서 태풍이 불어 닥친다. 축산업의 발전을 이끌어왔다는 규모화, 산업화가 이제 축산농가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본지는 축종별 현안을 넘어 축산 전체를 아우르는 화두를 던지려 한다.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축산의 미래를 걱정하는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고자 하는 시도다. 일대 전환점을 맞은 축산이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는 혜안을 통해 대책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

[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농림축산검역본부(본부장 박봉균)는 지난달 4일 안성팜랜드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복지 요리대회를 개최했다. 요리의 재료로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장에서 생산된 달걀, 우유 등의 식재료를 사용함으로써 동물복지 인증제품의 가치와 인증제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함이었다. 박봉균 검역본부장은 “동물복지는 공장식 축산의 부작용을 개선하고 지속가능한 축산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언급했다.

우리나라는 2012년 동물복지 인증제를 도입해 현재 123호의 농가가 인증을 받았다. 인증농장에서 유래한 제품에는 동물복지 인증마크가 붙는다. 최근 동물복지는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의 초석’으로 인식이 확산되는 추세다. 꼭 인증을 받지 않더라도 동물복지에 가치를 두고 사육하는 농가가 늘기 위해서는 동물복지 축산물의 원활한 판매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주변에서 동물복지축산물을 만나볼 수 있다. 생협 매장과 대형마트 등을 통해서다.

서울 시내 생활협동조합 및 유통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동물복지 축산물.

한살림과 아이쿱(iCOOP) 등 생활협동조합은 인증 여부 보다는 Non-GMO 및 동물성 단백질 미첨가 사료의 급여와 넓은 사육환경 등 조합농가들의 자발적인 동물복지 축산 영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송문강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 축산팀장은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농장에서 계속 공급 받는 축산물은 계란 정도고 하루에 20kg 정도 나온다. 조합원들과 함께 설정한 내부인증기준에 맞춰 동물복지를 위해 노력하는 중이고 굳이 인증마크가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며 “한 예로 한우 2,000두를 사육할 수 있는 공간에 1,400두 정도를 키우거나 1,000두만 사육하는 등 생산자들이 동물복지를 자발적으로 인식해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살림 매장에도 동물복지 인증마크가 부착된 제품은 없었지만, 돼지고기와 쇠고기 상품에는 국산 보리사료나 유전자조작 곡물이 들지 않은 사료를 먹이고 넓은 사육공간에서 길렀다는 표시가 돼있다. 초록마을에서는 농식품부의 동물복지 인증마크가 붙은 계란이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12일 초복을 맞아 동물복지 인증마크를 받은 백숙용 닭을 판매했다.

서울 시내 생활협동조합 및 유통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동물복지 축산물.

하림과 참프레도 육계를 중심으로 동물복지에 동참하고 있다. 참프레는 2013년 동물복지가 발달한 유럽의 공정을 도입해 2015년 국내 축산 계열화업체 최초로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동물복지 닭고기’ 인증을 받았다. 닭이 본능과 습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육하고, 도계장에서는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닭을 기절시킨 뒤 도계함으로써 닭이 고통 받지 않도록 한다.

하림은 새로운 닭고기브랜드 ‘그리너스(Greeners)’를 런칭했다. 동물성 단백질이 함유되지 않은 천연 식물성 사료와 녹색채소를 먹이고 쾌적한 사육환경을 제공한다. 또 2015년 8월부터는 전북 익산공장을 유럽식 동물복지형 도계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1,79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문운경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과장은 “대형유통업체와 MOU를 체결해 동물복지 축산물 전문매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동물복지 지도·관리요원이 생길 수도 있다”며 “축사가 동물복지형으로 전환돼야하고 관련 산업들도 함께 변화해야한다. 유통체계도 동물복지형태의 새로운 산업군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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