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식량주권은 현실이다

  • 입력 2017.07.16 11:57
  • 수정 2017.07.16 11:59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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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지난달 중동에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예맨 등 아랍권 12개국이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했다. 카타르의 유일한 육상 국경은 폐쇄됐고 단교국과 맞닿은 영공과 해상로도 닫혔다.

카타르는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3위의 자원부국이며 ‘중동의 허브’라 불릴 정도로 국제적 위상이 높은 나라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식량을 생산하는 나라는 아니어서 이번 단교 사태로 말미암아 식량 위기에 직면해 있다. 단교 직후 식료품 사재기 현상이 일어났으며 이란을 통한 해상운송로에 식량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막대한 자원도, 눈부신 경제력도, WTO체제도, 카타르에 주둔한 미군도 국익이 우선하는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에서 카타르를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식량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의 국경을 막고 식료품 수입을 차단하는 건 비인도주의적 처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막을 길이 없다. 식량주권이 구호가 아닌 현실이란 점을 카타르 단교사태가 입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한중일 삼국은 역사상 ‘가까우면서도 먼’ 외교관계를 지속해 왔다. 당장 중국은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보복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통상 당국자들이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WTO체제가 사드 보복에서 우리나라를 지켜주려 나섰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수급이 불안해져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수입량부터 늘린다. 중국과 FTA를 맺고 한-미 FTA는 사실상 재협상 국면을 맞고 있다. 해외농업 개발로 식량주권을 지키겠다는 국제사회의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을 내놓기도 한다.

올해 들어선 계란처럼 수입하지 않던 품목마저 거리낌 없이 수입을 개시했다. 그러다 태국에서 계란이 언제 올까 모두가 수입업자 입만 바라보는 촌극도 일어났다. 오죽하면 생산자단체인 대한양계협회가 산지 계란가격을 거듭 낮추면서 정부에 식량주권을 지켜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앞으로 수급대책을 세울시 자급률 목표부터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자급률 목표가 없는 품목은 시급히 목표부터 세워야 한다. 농업은 통상협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국익 앞에서 협상문건은 서류뭉치에 불과하다는 점을 목격했다. 잊지 말자. 식량주권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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