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축산, 그 열쇠는?

[ 연재기획 ] 우리 축산의 대안을 찾다 - 2. 동물복지 대세라지만
안티 축산 넘으려면 ‘현실가능한 동물복지’가 대안
‘원웰페어’, 농장동물뿐 아니라 농가복지도 중요해

  • 입력 2017.07.16 11:47
  • 수정 2017.07.31 17:58
  • 기자명 홍기원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2017년, 우리 축산은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공연한 수식어가 아니다. 가축질병, 수급불안, 무허가축사 적법화, 기업의 축산업 진출, 수입축산물의 거센 도전 등 만만치 않은 현안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급한 불을 끄는데 매달리다보면 등 뒤에서 태풍이 불어 닥친다. 축산업의 발전을 이끌어왔다는 규모화, 산업화가 이제 축산농가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본지는 축종별 현안을 넘어 축산 전체를 아우르는 화두를 던지려 한다.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축산의 미래를 걱정하는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고자 하는 시도다. 일대 전환점을 맞은 축산이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는 혜안을 통해 대책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
 

2. 동물복지 대세라지만

① 소농, 돌파구를 찾다

② 도축장도 동물복지시대

③ 지속가능한 축산, 그 열쇠는?

④ 동물복지축산물 어떻게 만나나


“동물복지를 말하면 ‘사람부터 먼저다’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런데 유럽은 인권개념이 확립되기 전인 1800년대부터 동물보호 운동을 시작했다.”

현장농가들에겐 아직 낯선 개념이지만 동물복지는 대중이 축산을 바라보는 척도 중 하나이다. AI발생 확산사태 이후 대중들은 케이지 사육으로 대표되는 공장식 축산에 거부감을 보였으며 최근 개봉된 영화는 스톨·분만틀 사육에 대한 비판 여론을 환기시키고 있다.

이혜원 건국대학교 3R동물복지연구소 부소장은 “케이지나 스톨을 없애는 건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현실가능한 동물복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우리나라 동물보호법 제3조는 ‘누구든지 동물을 사육·관리 또는 보호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원칙이 준수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동물의 5대 자유를 명시하고 있다.

동물의 5대 자유는 △배고픔, 갈증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통증, 부상,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행동표현의 자유 △두려움과 고통으로부터의 자유를 뜻한다. 동물 취급자에겐 △적절한 먹이·물·휴식의 제공 △축종과 해당 마릿수에 적합한 설비와 취급 △부적합 개체에 대한 신속한 발견 및 치료 △적절한 공간의 확보 △안전한 환경의 제공이란 5대 의무가 부여된다.

‘소소란’을 생산하는 농가들의 계사에는 황토와 짚으로 이뤄진 흙바닥, 장닭들이 홰를 칠 수 있는 횃대와 방해받지 않고 알을 품을 수 있는 산란상자까지 구비돼있다. 배정은 기자

최근 동물복지 관련 논의는 원웰페어(One Welfare, 하나의 복지)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사람의 복지와 동물복지 및 환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농장동물의 복지는 농가의 경제력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농가의 경제력과 정신적 건강이 건강해야 동물복지가 실현될 수 있다. 동물복지와 농가의 권익이 서로 상충되는게 아니라 5대 의무를 제공해 동물복지를 보장하는 주체인 농가도 함께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을 원웰페어가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동물의 5대 자유에 기초해 동물복지 인증제를 2012년부터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산란계부터 시작한 동물복지 인증은 현재 한·육우, 젖소, 돼지, 육계, 오리, 염소 등 주요 축종으로 대상이 확대됐으며 지난 3월 현재 112개 농장이 인증을 받았다.

인증제가 기반을 굳히려면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 충남대학교가 지난 2014년 수행한 동물복지 축산 직불제 도입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물복지 농장은 일반 관행 농장에 비해 마리당 6~7만원을 시설투자비로 더 지출했다. 동물보호법 29조 3항은 동물복지 농장에 대한 지원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한 동물복지 직불제 도입도 구체적으로 검토 중이다.

문운경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과장은 “오는 2020년까지 동물복지 농장을 전체 농장의 8%까지 확충하는 게 목표다”라면서 “그 이후엔 8%를 유지하면서 우리나라 농장의 보편적인 동물복지 수준을 올리는데 집중하게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문 과장은 “현재 축산은 질병·냄새 등의 문제를 안고 있고 농가들이 고령화돼 재투자가 어려운 형편이다”라며 “축산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든 게 현실이다. 자라나는 세대에 축산이 부정적 인식을 심지 않으려면 동물복지가 축산을 살리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 내에서 동물복지는 중요성에 비해 예산과 조직이 미비한 모습이다. 현재 농식품부 방역관리과에서 동물복지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데 농장동물뿐 아니라 반려동물, 실험동물까지 감당하기엔 버겁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동물보호단체들 내에선 농식품부가 동물복지를 담당하는데 불편한 시각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라면서 “농식품부가 동물복지와 관련한 전문성을 갖추려면 조직 확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