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이 만든 조직의 한계, 농업회의소

전농 “시범지역 농민들 ‘관변화’ 불만 토로”
법제화 보다 농민들의 참여·활동 자주성 우선돼야

  • 입력 2017.07.14 20:11
  • 수정 2017.07.15 17:34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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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협치농정의 대명사로 ‘농업회의소’가 거론되고 있지만 농민들의 자발적 조직, 자발적 운영이 아니라면 ‘관변화’ 우려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농업회의소 법제화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국가 농정의 기본 틀을 바꾸겠다”고 밝히면서 대통령직속 농어업특별기구 설치, 농어업회의소 법제화 등을 약속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농업회의소 법제화는 시간문제일 뿐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농업회의소에 대한 찬반은 여전히 양 갈래로 나뉘고 있는 실정이다.

농어업정책포럼·대안농정대토론회조직위·농업과행복한미래 공동주최로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농정거버넌스 혁신방안' 전략세미나가 열렸다.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농정거버넌스 혁신방안’ 전략세미나에서 “전농은 어떤 입장에 대해 찬반 의견만 말해왔으나 문재인정부에서 농업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참석했다”면서 “의견차이가 있더라도 농업문제 해결을 위한 역사적 소임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문을 열었다.

박 정책위원장은 이어 “우리 농촌사회가 발전이 안되는 가장 큰 이유는 직접민주주의가 작동되지 않는 것이라 본다. 농민단체가 적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모임 자리가 적어서도 아니다. 문제는 시·군청, 농업기술센터 심지어 경찰서 등에서 만든 조직과 기구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어서”라고 농촌사회의 소통구조가 막힌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농촌사회와 농업발전이 이뤄지려면 자발적 운동이 필요하다. 촛불바다를 만들었던 시민들의 물결처럼 농민들의 자발적 운동이 농촌사회와 농업발전을 이룬다”고 전제한 뒤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려면 농민들의 자주적인 활동부터 보장해야 한다. 농민들 스스로 목소리를 내도록 농민을 존중하는 제도와 문화가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농업회의소가 논의되고 관련 법안이 상정됐다고 들었는데, 법안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농업회의소 회비는 농민들이 내는데 회칙을 정부가 만든다고 한다. 농업회의소 법제화가 무르익고 있는데, 틀을 만들더라도 내용과 형식에 농민의 자주성을 철저히 담보하지 않는다면 지금 필요한 시대정신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성급한 법제화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농민들의 평가도 회의적이라는 답변이다. 박 정책위원장은 “농업회의소 시범지역 평가를 들어보니 갈수록 지자체장의 틀 안에 갇힌다는 등 회의적 반응이 나온다. 농업회의소를 왜 관변단체라고 하냐며 반문하는데, 현장에서 토로하는 문제다”고 꼬집었다. 현재 추진되는 농정거버넌스의 긍정적 모델로는 전북도의 삼락농정위원회를 꼽았다.

박 정책위원장은 “조직을 법제화 하지 말고 농민 목소리를 모아내는 소통방법을 법제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한편 농업회의소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거창군농업회의소’ 김훈규 사무국장은 “5년 전에는 나도 가장 반대했지만 현재는 가장 중요한 지역농정 협치 기능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관변화가 두렵다면 농민들의 주체적이고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철저하게 민주주의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거창군수가 바뀌고 농협 조합장이 바뀌는 등 농업행정 주체들이 수없이 바뀌다보니 이제는 5년차인 거창군농업회의소가 지역농업의 중장기발전 계획을 일관되게 견인하고 있다”고 의미를 더했다.

농업회의소는 1998년 2월 법제화 실패 후 무산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2009년 국민농업포럼이 시범사업을 건의하면서 2010년 시범사업이 확정됐다. 이후 2010년 평창·진안·나주, 2011년 고창·봉화·거창, 2012년 남해·영주지역에 농업회의소가 시범 운영되고 있다. 충남도·예산·완주·의성·고성과 제주도·화성·아산·당진·논산·담양은 2015년과 2016년 각각 시범사업 공모에 선정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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