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팔아요”

도축두수 300두 불과 … 상시 판매장 전국 한 곳뿐
농가의 상실한 흑우 사육의지 되살리는 것이 관건

  • 입력 2017.07.14 10:51
  • 수정 2017.07.14 10:53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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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지난 5월 25일 서울시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2017 제주 흑우 푸드그랑프리’가 열렸다. 우리나라 요리 명장 및 한국조리기능장들이 개발한 제주 흑우 메뉴 발표로 시작된 행사는 대학생들의 제주 흑우 요리 경연대회로 이어졌다. 많은 명사들은 제주 흑우가 역사·문화적 가치만큼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성장하길 기원했다.

현재 제주에서 흑우를 사육하는 농가는 약 70호로 2016년 12월 기준 흑우 사육마릿수는 1,603두다. 언뜻 많아 보일 수 있는 숫자지만 1년 도축량은 300두에 불과하다. 365일 흑우를 판매할 수 있는 매장이 우리나라 전체에서 제주시내 딱 1곳밖에 없다고 하면 더욱 빨리 와 닿겠다.

지난 11일 제주도 서귀포시축협 흑한우명품관에 상품화된 제주 흑우가 진열돼 있다.

제주 서귀포시축협에서는 흑한우명품관에서 흑우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축협조합농가 40호가 920두 가량을 사육하고 있는 서귀포시는 연평균 70~80두를 도축한다. 1년에 한두 번씩은 서울의 백화점과 마트로 10마리 가량을 도축해 납품한다.

김용관 서귀포시축산농협 지도경제상무는 “가끔 언론에 소개되고 나면 흑우를 납품받고 싶다고 여기저기서 연락이 온다. 그런데 팔고 싶어도 팔 고기가 없을 때가 더 많다”며 “꾸준히 도축되면 한 곳이라도 꾸준히 납품할 수 있는데 그게 어려우니 경쟁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흑우산업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사육규모를 늘리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 흑우를 수정하기만 해도 장려금을 지급하는 사업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흑우 복원에 앞장섰던 문성호 제주농업마이스터대학 교수는 흑우 사육농가를 직접 방문·관리하면서 사료급여 및 사육방법까지 컨설팅하고 있다. 아울러 비교적 우수한 육질의 흑우를 생산하는 10개 농가를 선정하고 제주시의 한 한우식당을 설득해 흑우를 판매하고 있다. 소속농가가 있으니 1년 내내 흑우고기를 판매할 수 있고, 대신 흑우 생산농가에 소 값 이외에 120만~150만원 가량을 ‘흑우 인센티브’로 주면서 농가소득을 보전해주고 있다.

문 교수는 “흑우산업을 활성화하려면 흑우를 키우는 농가가 늘어야하는데, 손익분기점도 넘기 어렵다보니 사육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해 농가가 의지를 상실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상황을 분석하면서 “사육도, 판매도 잘 하는 곳들을 이끌면서 차근차근 산업을 늘려가야 한다. 흑우는 한우보다 마리당 300만원 손해를 보기 때문에 인센티브 제도를 보완해 수익을 남길 수 있는 틀을 만들어줘야 하고 그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흑우산업 육성, 농가의 사육의지를 다시 불붙이는 데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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