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소금물 공급한 농어촌공사

관행적 물대기에 농민만 피해 … 화성 농민들 법적 대응 준비

  • 입력 2017.07.13 21:17
  • 수정 2017.07.16 00:01
  • 기자명 홍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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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안나 기자]

가뭄에 소금물을 공급한 한국농어촌공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기도 화성의 한 농민이 자라지 않는 벼들을 가리키며 성토에 나섰다.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이화리와 장안면 노진리 농민들이 벼피해농가대책위원회(대책위)를 구성했다. 한국농어촌공사(사장 정승, 공사)가 관리하는 간이양수장의 물이 염도가 높아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사측이 이를 알고도 대책 없이 공급했기 때문이다.

노진1간이양수장에서 물을 공급받은 이화리와 노진리 10만여 평의 논은 누런 논바닥이 드러나 보일 정도로 벼가 자라지 않거나 말라죽고 있다. 정상적인 논에서는 이미 벼가 가지치기를 하고 자라서 논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염도로 인한 피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농민들은 가뭄으로 인해 물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 판단, 염도 높은 간이양수장의 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왔다. 그러나 간이양수장의 물을 공급할수록 말라 죽어가는 벼를 보며 이상하게 생각한 것. 심지어 “논에 물이 마르는 날이면 논 표면이 허옇게 변해 소금기가 육안으로 확인 될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이상하게 생각한 피해농가 농민들은 대책위를 구성하고 화성시농업기술센터(기술센터)에 의뢰해 노진1간이양수장과 이화리의 양수장 및 피해 논에 대해 염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논에 공급할 수 있는 적정 수치인 0.05% 보다 10배 가량이 높은 0.5% 이상의 수치가 나온 것을 확인했다. 심각하게 피해를 입은 일부 논에서는 1.5% 이상의 염도가 검출된 곳도 있었다.

이화리 농민 김도규(60)씨는 염도를 측정한 기술센터로부터 “물대기에 급급해도 이런 염도 높은 물을 공급해봤자 어차피 가을에 수확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당장 이 양수장 물 공급을 중단하라”는 경고의 말을 전했다.

염도 측정 이후 공사 경기지사를 항의방문한 대책위 농민들은 화성출장소 측에서 이미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답변에 더욱 분통을 터뜨렸다. 염도 높은 물이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농가들은 벼가 말라죽어가자 두 번, 심지어 세 번까지 모내기를 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노진리와 이화리의 간이양수장은 이미 오염된 상황이었으나 인근 장안양수장의 물은 농업용수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0.09%의 염도밖에는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간이양수장 오염상태를 이미 알고 있었던 공사측에서 발 빠르게 대응해 주민들에게 알리고 장안양수장의 물을 사용하도록 했다면 지금의 피해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이는 전적으로 물 관리에 소홀했던 공사측의 책임이라는 것이 대책위의 판단이다.

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노진리의 목창환(62, 전농 경기도연맹 의장)씨는 “간이양수장의 염도가 높아진 데는 간이양수장의 수원인 남양호로 바닷물이 유입됐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피해 논 인근의 김치공장으로부터 흘러들어온 폐수 때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 가능성 모두 확인해 원인을 규명하려 노력중이다. 중요한 것은 원인이 무엇이든 이미 오염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양수장 관리의 책임이 있는 농어촌공사가 이를 방치했다는 것”이라며 공사측의 책임이 이번 사태의 주원인임을 강조했다.

현재 공사측은 오염되지 않은 장안양수장의 물을 논에 공급하는 작업을 시작했으나 농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김도규씨는 “하나 둘 피해가 확인되자 농민들이 개별적으로 공사를 찾아가 항의했으나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대책위를 꾸리고 우리가 염도측정에 나서서 양수장 물이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부랴부랴 다 죽은 논에 정상적인 물을 공급하는 시늉을 하고 있다. 이미 벼들이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회생은 쉽지 않다. 가을에 수확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책위는 염도를 측정한 기술센터의 자료에 대해 정보보호신청을 하고 원인규명과 피해보상을 위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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