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흑우’ 부활, 그 이후?

30년 걸리는 개량, 현실화 정책 필요 … 흑우 농가 지원 정책 절실

  • 입력 2017.07.13 21:01
  • 수정 2017.07.13 21:03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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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난 11일 제주도 제주시 노형동 제주도 축산진흥원에서 방목중인 제주 흑우와 한우가 초지를 돌아다니며 풀을 뜯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제주도 축산진흥원은 지난 2월 안정적 종 보존체계 구축을 위해 원내 사육중인 제주 흑우 씨수소 19마리의 체세포 채취 및 동결보존을 실시했다. 구제역 등 전염병의 심각성을 고려하는 한편 우수 종자의 중복 보존을 위해서다.

축산진흥원은 또한 매년 개량과 대량증식을 위해 우수한 정액과 수정란을 생산해 흑우 사육농가에 보급하는 한편, 관련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수정란 생산능력 향상을 위한 기술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우량종축 매입도 추진 중이다.

송상협 제주도 축산진흥원 한·흑우연구담당 계장은 “종을 보존하고 우량개체를 생산해서 널리 전파하는게 축산진흥원의 가장 큰 역할”이라면서 “먹거리의 산업화는 좋은 개체를 생산하는 것이다. 종 보존도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찾는 우량개체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송 계장은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보다 ‘개량’이라고 짚었다. 개량이 30년 이상의 긴 세월이 걸리는데다 그만큼 쉽지 않아서다. 이제까지 복원과 종 보존을 위한 노력이 주를 이뤘다면 이젠 개량과 대량증식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송 계장의 얘기다.

송 계장은 “부모가 우수해야 새끼도 혈통이 좋은 개체가 태어난다”며 “도내 흑우 1,600두 중 순종이 800두다. 그 안에서 우량개체를 뽑아내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개량이 한해두해로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두수가 적은 상황에서 가장 염려가 되는 건 무엇보다 근친간 교배와 송아지 폐사율이다. 현재 축산진흥원은 제주대와 계약을 통해 혈통과 교배 프로그램 등을 개발 중에 있다. 송 계장은 “종 보존과 개량을 위한 첫발을 뗀 상황에서 연구 결과물이 나오면 두 번째, 세 번째 발자국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 계장은 또한 “근친과 함께 농가가 수지타산이 안 맞아 사육을 포기하는 딜레마도 존재한다”며 “그렇다고 한우농가와의 형평성 때문에 흑우농가만 집중적으로 지원할 수 없어 정책적 애로사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귀포축협의 김용관 지도경제상무는 개선과제로 ‘증식’을 꼽았다. 김 상무는 “증식을 위해선 무엇보다 농가의 사육의지가 유지될 수 있도록 장려금 등의 대폭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상무는 여기에 더해 “제주대가 추진하는 국비 지원 연구가 생산농가와 접목돼야 한다”고 했다. 현장과 지근거리에 있는 농협 관계자로선 농민들의 하소연이 목소리에 담길 수밖에 없다.

문성호 제주농업마이스터대학 교수는 “농가소득 보장 차원이 아니라 큰 틀에서 최저가격보장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제주 흑우’ 복원사업이 벌써 30년이 다 돼 간다. 학계와 행정, 축협 등 범도 차원의 보존과 개량을 위한 다양한 노력 속에 천연기념물 지정 등 적지 않은 성과도 있었지만 여전히 과도기다. 무엇보다 농가에서 제주 흑우를 포기하지 않도록 할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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