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려낸 우리소 ‘제주 흑우’

  • 입력 2017.07.13 20:55
  • 수정 2017.07.13 21:01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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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난 11일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에 위치한 제주 흑우 시험축사에서 천연기념물 제546호로 지정된 제주 흑우가 늠름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제주 흑우’ 종 보존을 위해 1980년대부터 두 팔을 걷어붙인 문성호 제주농업마이스터대학 교수. 그가 담담히 꺼낸 ‘제주 흑우’의 멸종위기는 우리 역사의 아픔과 맞닿아 있다. 일제 강점기 흑우 수탈과 한라산 생태계를 무너뜨린 6.25전쟁, 4.3항쟁, 그리고 이어진 외래종과의 교잡육종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1938년 일제 강점기 일본은 “조선소는 황색, 일본은 흑색으로 한다”는 모색 심사표준을 제정했고, 1960년대 시행된 한우개량사업에서도 이 기준이 이어졌다. 결국 나라가 변한 1980년대까지도 우리소인 흑우는 배제의 연속이었다.

“1986년 처음 ‘제주 흑우’ 동결정액을 만들 때가 30살 무렵이었다. 당시 언론에서 질문을 하면 나의 의지보다는 제주 옛 선조들의 영혼이 시켜서 한 일이라고 했다. 가슴 아픈 얘기다.”

문 교수는 흑우는 희귀품종이라 반드시 보존해야 된다는 생각에 1986년 처음으로 농가에서 소를 사와 제주 농업시험장에서 보존을 시작하게 됐다. 소달구지를 끌던 흑우 수소에서 정액을 채취해 200개를 동결보존시킨 것이다.

이어 1993년 제주도 축산진흥원과 국립축산과학원 제주출장소(옛 난지농업연구소)가 영구적 보존 증식 사업에 나섰다. 당시 문 교수는 우도까지 가서 할머니들이 키우던 스무살 정도되는 고령 암소 14마리를 구입해 불임치료를 했고, 결국 송아지 4마리가 태어났다. 오늘날 개체 증식의 배경이 된 사업이다.

2004년엔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 제주 흑우를 지역 재래가축으로 등재했고, 2006년엔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에 제주 흑우 보호·육성에 관한 조항(제207조)과 관련 조례를 제정해 생축과 정액 및 수정란 등의 도외 반출을 제한했다. 제주 흑우 보호·육성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해 온 것이다.

또한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를 이끌던 박세필 교수는 2009년과 2011년, 제주 흑우 씨수소와 씨암소 복원에 성공했다.

이런 종 보존 노력에 힘입어 문화재청은 지난 2013년 7월 제주 흑우를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546호로 지정했다. 그해 10월엔 슬로푸드 국제대회에서 ‘맛의 방주’에 등재됐다. 멸종 위기에 처한 토종음식과 종자 목록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국내 가축으로는 연산오계와 칡소에 이어 세 번째다.

이어 2015년 12월엔 박세필 교수팀의 흑우 연구과제가 농림축산식품부 지원 사업에 채택되면서 ‘제주 흑우연구센터’가 출범했다. 23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10년간의 장기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연구과제 수행엔 제주도 축산진흥원, 제주대, 영남대, 건국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 연구의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문 교수는 “흑우 1,700두 전부를 일일이 사진을 다 찍어서 개체기록부를 지문등록부처럼 만들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조만간 웹프로그램에서 바코드를 찍으면 사진까지 나올 수 있게 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유전자를 분석하면서 우수한 소를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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