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예산, 돈 타령 보다 방향전환으로 접근해야

  • 입력 2017.07.09 13:35
  • 수정 2017.07.09 13:36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재인정부의 신임 농식품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농업예산 문제를 거론했다. 농업예산이 자꾸 감소하는 것을 막고 충분한 농업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장관으로서 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마침 대통령도 농업예산의 증가율을 국가 전체예산의 증가율과 동등한 비율로 늘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고, 국가 전체예산의 약 5% 수준에서 농업예산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도 있다.

전년도에 비해 올해 농업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고, 내년도 농업예산 요구액도 올해보다 더 감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년 국가 전체예산은 약 6% 증가하는데 비해 농업예산은 오히려 약 1.6% 감소하여 이대로 가만히 놔두면 내년도 국가 전체예산에서 농업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4%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예산을 충분하게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특히 농업예산의 규모를 국가 전체예산의 약 5%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약속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농업예산을 확보해서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어디에 얼마나 예산을 사용할 것인지를 말하지 않고 예산총액만 거론하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궁색하게 보인다. 농업예산을 확대해서 어디에 쓸 것인지를 분명하게 밝혀야 국민도 납득할 수 있고, 농민도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농식품부에서 그런 얘기는 하지 않고 있다.

농업예산을 충분히 확보하려면 농식품부의 자기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농업예산이 자꾸 감소하는 것은 농식품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시설, 기계, 토목, 건축 등 주로 하드웨어 부문에 농업예산이 집중 투입되었다.

그런데 하드웨어 부문에 장기간 투자가 이뤄지면서 신규 투자의 필요성은 자꾸 줄어들고, 오히려 과잉중복투자 상황이 초래됐다. 경쟁력 위주의 농정을 계속하는 한 농업예산 감소는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다. 게다가 국가 전체예산의 평균 집행실적 97.1%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83.6% 수준의 농업예산 집행실적으로 인해 예산을 줘도 사용할 곳이 없다는 빌미를 농식품부가 자초했다.

농업예산에 관한 대통령의 약속을 지키려면 신임 장관과 농식품부가 농정방향을 전환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농민의 지속가능성, 농업과 농촌의 다원적 기능, 식량주권과 먹거리 기본권 등 새로운 목표와 가치로의 방향전환이 있어야만 농업예산 확보가 가능하다. 농업예산 문제를 돈 타령으로 격하시키기 말고 농정의 방향과 지향하는 가치의 수준으로 격상시키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