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장도 동물복지시대

몰이용 전기충격기 사용 금지, 최대한 고통없는 도축 목적
“동물복지 이행 여부가 수출장벽 될 수도” … 정부지원 필요

  • 입력 2017.07.09 12:33
  • 수정 2017.07.31 17:53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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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우리 축산은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공연한 수식어가 아니다. 가축질병, 수급불안, 무허가축사 적법화, 기업의 축산업 진출, 수입축산물의 거센 도전 등 만만치 않은 현안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급한 불을 끄는데 매달리다보면 등 뒤에서 태풍이 불어 닥친다. 축산업의 발전을 이끌어왔다는 규모화, 산업화가 이제 축산농가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본지는 축종별 현안을 넘어 축산 전체를 아우르는 화두를 던지려 한다.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축산의 미래를 걱정하는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고자 하는 시도다. 일대 전환점을 맞은 축산이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는 혜안을 통해 대책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

2. 동물복지 대세라지만

① 소농, 돌파구를 찾다

② 도축장도 동물복지시대

③ 지속가능한 축산, 그 열쇠는?

④ 동물복지축산물 어떻게 만나나


“이윤을 목표로 두면 동물복지를 실천할 수 없다. 때리고 상처내고 불안한 상태에서 도축하면 고기가 붉거나 검게 변한다. 관심을 갖고 조금만 생각하면 쉬운데 관심이 없으면 어렵게 느껴지는 거다.”

충남 논산시의 화정식품(대표 김명수)은 지난 2014년 12월 동물복지 도축장 인증을 받았다. 동물복지 도축장은 동물에게 도축단계에서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도록 운용하는 사업장을 지정하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4곳이 지정받았다.

동물복지 도축장은 일단 동물의 몰이를 위한 전기봉 또는 폭력도구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 하차 시 동물의 추락을 방지하는 기준을 준수해야 하며 계류장은 실내형으로 급수기를 설치해야 한다. 또 축종별 적절한 기절방법을 준수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방혈해야 한다.

화정식품은 1일 평균 돼지 도축 두수를 약 400두 내외로 조절하고 있다. 많은 두수를 처리하면 동물복지에 소홀해지기 때문이다. 계류장에는 전기충격기 사용을 금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붙어있다.

김명수 화정식품 대표는 “동물복지에 드는 비용이 부담스럽긴 하다”면서도 “결국 동물복지는 관심이고 마음이다”라며 계속 동물복지를 구현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김 대표는 “계류장을 넓히려는데 허가를 받기 어렵다”라며 “계류장을 넓혀 돼지들에게 더 편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가 개선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명수 대표는 동물복지 인증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완전한 동물복지를 이루려 여러 방법을 모색 중이다. 소를 기절시키는 충격법을 시행하기 전 2~3초 남짓한 시간을 어떻게 하면 소가 알지 못하게 할 수 있을까. 돼지를 위해 계류장에 어떤 놀이기구를 설치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동물들에게 피비린내가 아닌 자연의 풀내음을 느끼게 할까. 전살기 앞에 무빙워크를 설치해 자동으로 탈 수 있게 하면 좋을까. 이같은 내용이 김 대표의 최근 고민거리들이다.

도축과 동물복지는 얼핏 괴리가 커 연결이 쉽지 않다. 그러나 서구문화권의 나라에선 100여년 동안 가축을 인도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토론하고 있다. 독일은 동물보호도축법을 제정해 도축장의 동물 관리, 근무자 자격조건, 동물 기절시 준수사항 등의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미국은 1978년 인도적 도축법을 제정해 소 도축을 관리하고 있다.

국내에선 이같은 동물보호 규정이 곧 수출장벽이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김호길 한국축산물처리협회 전무는 “수출을 하려면 동물복지를 챙겨야 한다”라며 “동물복지는 농장뿐 아니라 운송과 도축까지 연계돼야 한다. 동물복지 규정이 더 강화되는 흐름이기에 동물복지 개념은 반려동물 수준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복지 도축장의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경제성이 뒷받침되지 않아 정부의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김 전무는 “현재 4곳의 동물복지 도축장에 앞으로 제주에서 2곳이 추가된다. 그러나 정부지원이 없으니 확산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동물복지 도축장은 CCTV를 설치해 도축과정을 모니터링해야 하며 기존 도축장보다 인력이 추가로 배정돼야 한다. 나아가 보다 완벽한 동물복지를 구현하려면 운송기사의 의식개선과 무진동차량 등 동물복지 차량 도입도 적극적이어야 한다.

문운경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과장은 “농장과 운송, 도축까지 동물복지 인증을 받아야 최종산물에 동물복지 마크를 붙일 수 있다”라며 “계란과 우유는 바로 붙일 수 있지만 소, 돼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문 과장은 “최근 OIE와 ISO가 동물복지에 대한 새 기준을 협의하고 있다. 앞으로 동물복지를 실천하지 않는 도축장은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으로 보고 있다”라며 국내 도축장들도 동물복지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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