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재해대책, 보험으로 만사 OK?

민간보험 한계 못 벗어나
농민들 신뢰 담보도 난항

  • 입력 2017.07.08 23:50
  • 수정 2017.07.08 23:52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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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자연재해로 인한 농업 피해가 발생했을 때 정부와 지자체는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라 농가를 지원한다. 그러나 그 지원 범위는 시설비나 복구비, 농약·비료대금 등에 한정돼 있고 직접적인 농작물 피해는 전적으로 재해보험에 의존해야 한다. 현재 농작물 재해보험은 생산자단체인 농협이 나서서 운영하고 있지만, 사실상 민간보험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해 정부의 재해대책을 대체하기엔 아쉬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가입을 해야 혜택을 받는데 …

보험은 가입을 하고 보험료를 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농작물 재해보험 대상품목은 주요 과수작물과 벼, 일부 밭작물 등 53개로 한정돼 있다. 특히 밭작물을 위주로 보험을 들고 싶어도 못 드는 경우가 많고, 대상품목에 포함돼 있더라도 보험금 지급조건이 까다로워 현실성이 없는 경우도 있다. 재해대책에서 태생적으로 배제되는 농가가 많다는 뜻이다.

대상품목의 보험 가입률도 저조한 실정이다. 가장 큰 장벽은 보험료 부담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약 80%의 보험료 지원을 해준다지만 그럼에도 농가 부담은 규모에 따라 수백만원에 이른다. 1년 단위 소멸성 보험임을 생각하면 농가로선 선뜻 도장을 찍기가 쉽지 않다. 재해가 드문 지역이라면 더욱 그렇다.

더군다나 재해를 한 번씩 겪고 나면 보험료는 더 올라간다. 농작물 재해보험도 자동차보험처럼 할증·할인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할증·할인은 시군 단위로 일괄적으로 붙게 돼 있다. 그러다 보니 같은 시군 내에서 재해를 겪지 않았는데도 할증을 감수해야 하는 농가가 생기는가 하면, 시군 간에 많게는 수십배까지 보험료 격차가 생기기도 한다.

보험사 측은 손해율을 관리하고 지역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할증·할인을 운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농가의 과실이 없는 순수 자연재해임에도 보험료 할증을 적용하는 것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쌓여만 가는 불신과 불만

구체적인 보험금 산정 과정으로 들어가면 농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진다. 이번 경북 사과 우박피해의 경우 보험금 확정은 가을철 수확기에야 이뤄지는데, 타박과를 손상 정도에 따라 분류해 각각 20~50%의 보험금을 감액한다. 하품출하·가공 등 타박과 활용가능성을 감안했다 하더라도 터무니없는 감액기준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 기간 동안 썩어버린 과실은 아예 보험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

가입금액 증액 특약(전년대비 수확량 증가가 예상될 경우 20~30%를 증액해 가입하는 특약)을 맺고 적과 이전에 우박을 맞은 경우엔 특약이 해지되고 20~30%의 보험료를 환급받는다. 적과 후의 피해에만 특약이 인정되며 적과 이전엔 일반보험으로 취급돼 보험료가 대폭 낮아지는 것이다.

태풍으로 인한 낙과는 피해가 명백한 편이라 100%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낙과하지 않은 과실의 손상에 대한 보상은 낙과 보상금에서 7%를 가산함으로써 대강 갈음하고 있다. 또 나무손해보장 특약 시엔 나무의 뿌리가 드러날 정도로 기울었더라도 45도 이상 기울지 않으면 피해로 인정하지 않는다.

재해보험을 바라보는 농민들은 “온갖 말도 안 되는 구실을 갖다붙여 보험금을 깎으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피해엔 공공적 성격의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 이치에 맞지만, 정부는 이를 보험에 내맡겼고 보험은 피해 농민들의 호소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료에 대한 경제적 부담과 함께 보험 자체에 대한 불신이 이처럼 팽배하면서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률은 도입 17년차에 아직 20%대에 머물러 있다. 정부의 정책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농작물 재해대책은 수많은 구멍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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