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는 내년까지 가는데 보험금은 반토막”

‘진퇴양난’ 우박 피해농가

  • 입력 2017.07.08 23:48
  • 수정 2017.07.08 23:5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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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달 1일 느닷없는 우박으로 가슴을 멍들였던 경북지역 사과농가들은 지금 씁쓸한 심정으로 재해보험을 바라보고 있다.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있다고 해서 대단한 도움이 될 것 같진 않기 때문이다.

영주시 부석면 유득수(64)씨의 과수원은 우박을 아주 호되게 맞았다. 2,400평 과수원에서 단 하나도 성한 사과를 찾아볼 수 없고, 잎은 너덜너덜 찢어진데다 가지는 군데군데 생채기가 났다. 수세가 이 정도 되면 내년까지도 정상적인 수확이 불가능하다. 사실상 2년 농사를 망친 셈이지만 한 해분 보험금을 제대로 기대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우박 피해조사는 1차 타박률 조사, 2차 착과수 조사, 3차 수확기 전수조사 총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진다. 보험금 확정이 피해 발생으로부터 몇 달이 지난 수확기에야 이뤄지는 것이다. 유씨는 2차 조사에서 피해율 99.3%를 확인받았지만 그렇다고 보험금을 낙관할 수는 없다.

“보험금이란 게 기본적으로 20%를 자부담이라고 제하고, 거기서 또 피해를 분류해 몇십%씩 깎고 하면 보통 50~60%가 되거든. 피해율이 100%가 나와도 가을 가서 얼마가 깎일지는 또 몰라요.”

경북 영주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이동식씨가 우박피해를 입은 과수를 가리키며 재해보험의 불합리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과수원 바닥에 군데군데 상처를 입은 사과가 떨어져 있다. 한승호 기자

산지 농민들에 따르면 사과는 작은 타박만 입어도 과육에 심지가 생긴다. 상태 좋은 것을 추려 출하해도 가격은 70% 이상 떨어지고 가공용으로 쓰면 그보다 헐값이 된다. 50~60% 보상을 받아선 당장 큰 손해를 감내해야 한다. 더욱이 3차 조사 때까지 타박과가 썩을 경우 관리소홀로 보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관리에는 오히려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보험금이 확정되는 가을까지 피를 말리는 시간이 계속되는 것이다.

같은지역 이동식(58)씨의 과수원은 나무가 휑하다. 가을까지 타박과를 썩히지 않는 게 불가능할 것 같아 보험사 측의 양해 하에 피해가 심한 사과를 따냈기 때문이다. 과실이 없으면 영양이 분산되지 않아 잎눈을 틔울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마찬가지로 내년 수확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사과를 따내야 할 만큼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여 있다.

“피해가 이 정도가 되면 1차 조사로 끝내고 보험 종료가 돼야돼요. 그렇게 하면 가공용 사과라도 남겨 관리하면서 내년 농사에 대비하겠는데, 보험이 그럴 여지를 안 주는거야.”

이씨는 또한 가입금액 증액 특약 가입자다. 우박 피해 당시 실제론 적과를 거의 마쳤지만, 보험사 기준에 의해 적과 전으로 간주돼 특약이 해지됐다. 총액 280만원의 자부담 보험료(5,000평) 중 50만원을 환급받았는데, 이는 보험금 수령액으로 치면 약 4,000만원에 해당한다. 또 사과와 병행하고 있는 원예작물들은 마찬가지로 심각한 우박 피해를 입었지만 사실상 보험을 통해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없는 실정이다. 재해보험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은 이처럼 여러 갈래로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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