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위에 존재하는 농작물 재해보험

  • 입력 2017.07.08 15:55
  • 수정 2017.07.08 15:56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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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5월과 6월, 전국을 국지적으로 강타한 우박은 농민과 농작물에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현재 자연재해로부터 농민과 농작물을 보호할 수단은 작물재해보험 뿐이지만 보험은 제 역할도 하지 못할뿐더러 농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농민 위에 존재하듯 오히려 농민의 살길을 막아서고 있다.

농작물재해보험은 태풍 및 우박 등 자연재해로부터 농작물의 피해를 적정하게 보전해 주기 위해 지난 2001년 1월 제정된 「농업재해보험법」에 따라 같은 해 3월부터 시행됐다. 어느덧 시행 17년째를 맞이했지만 지난 5월 31일 기준으로 2017년 가입률은 17.2%에 그쳐있다. 가입률이 낮은 이유는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는 보험 그 자체의 결함 때문이라고 농민들은 말한다.

우선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품목이 턱없이 제한적이라는 게 첫 번째 문제다. 일단 재해가 발생하면 농가가 재배하는 모든 품목의 작물은 피해를 입기 마련이다. 재해로 피해를 입는 작물이 몇 가지에만 국한되는 경우는 절대 없지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작물은 53개에 불과하다. 때문에 보험가입 미대상 품목을 재배하는 농가는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을 경우 그 피해를 오롯이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

또 보험가입이 가능한 품목이라도 보험금을 받기까지 수많은 난관이 존재한다. 3차례에 걸친 피해조사로 보험사는 보험금을 깎으려 안달이 나 있고 피해정도를 산정하는 객관적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다. 한해 농사를 망쳐버린 농민은 조사관의 육안조사로 결정되는 보험금을 그 해 수입으로 갈음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과수의 경우 나무의 수령이 증가함에 따라 매년 보험금이 올라가고 재해 발생 이후에는 할증까지 붙기 때문에, 농민들의 부담은 점차 가중되기만 한다. 무사고 환급제도의 부재로 재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납부한 보험금은 고스란히 소멸되기 때문에 농민들은 망설이다 보험가입을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험을 가입하지 않았을 경우 재해가 발생하면 농가가 기댈 곳은 없다.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급급히 내놓는 정부의 대책이 유일한 희망이라면 희망인 셈이지만, 정부는 재해보험을 핑계로 농작물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 대책은 모르쇠로 일관하기 일쑤다.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마친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발길이 향한 곳은 경북 문경의 사과재배 농가였다. 취임 직후 첫 행보로 경북의 우박피해농가를 찾은 김 장관은 방문 이틀만인 지난 6일 우박피해 9,540농가에 재해복구비 124억400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취임 이틀만이지만 우박 피해가 발생한 지는 한 달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결정·발표된 정부의 지원 대책이었다.

정부는 재해복구비 지원 외에 농축산경영자금 43억3,100만원을 1~2년간 상환연기·이자감면하고 재해대책경영자금 408억원을 기존 2.5%에서 0.7% 인하한 1.8% 수준의 금리로 추가지원 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가 복구비로 지원하는 △농약대 △대파대 △농업·축산시설 복구비 △생계지원금과 학자금 등은 물론 농축산경영자금과 재해대책경영자금마저도 일회성에 불과하며 작물에 대한 피해보전 방안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오늘날 우리는 기후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변화무쌍한 일기와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를 겪어내야 하므로 피해를 보전해 줄 대책은 물론 예방적 대책까지 마련돼야 한다. 새 대통령, 새 장관을 맞이한 만큼 농작물재해보험과 관련 정책이 애초 그 취지에 맞게 농민을 위한 장치로 탈바꿈하도록 정부가 힘을 다해 노력해주길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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