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종이통장을 없앤다고?

  • 입력 2017.07.07 15:58
  • 수정 2017.07.07 16: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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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은행권이 오는 9월부터 종이통장의 신규발행을 전격 중단하고 단계적 감축에 나선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5년 발표한 ‘통장기반 금융거래 관행 등 혁신방안’에 따른 것이다. 이 혁신방안은 종이통장 미발급 금융소비자엔 금리·수수료 등을 우대하고 장기 미사용 금융계좌 정리, 대포통장 예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단계적 감축인 만큼 일단 60세 이상이나 원하는 고객은 예외적으로 종이통장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이 경우 금리우대 등의 혜택은 누릴 수 없다고 한다.

종이통장 폐지 소식이 전해지며 갑론을박이 한참이다. 전산기록을 남기기 위해 종이통장을 계속 발급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디지털뱅킹에 대한 해킹의 불안함 등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물론 선진국처럼 종이통장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 가운데엔 디지털 소외계층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뜨겁다.

여전히 우리 농촌엔 한글학교에서 글자를 배우는 분들도 많다. 농촌의 지역농협 금융창구에 가보면 예금을 찾으러 왔는데 글자를 못 쓰니 글자를 그리는 분들도 있다. 이분들은 매번 창피함을 무릅쓰고 글자를 못 쓴다고 직원들에게 얘기하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로 인해 어르신들이 사망하면 그 자식들이 부모님 글씨가 잘못됐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종이통장을 없애는 건 농촌 어르신들에겐 넘기 어려운 또 하나의 벽이 될 수 있다. 지역의 한 조합장은 “IT의 발달도 좋지만 이 혜택을 가진 사람과 젊은 사람만 누려선 안 될 일”이라며 “글자를 못 쓰는 사람에게 글자를 쓰도록 강요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글자 대신 음성을 녹음하는 형식으로 대체하면 될 일”이라고 조언했다. IT 발달에 따른 혁신방안이라면 종이통장을 없애는 것보다 농촌 어르신들의 불편함부터 개선하는 게 순서 아닐까?

이 조합장은 “농민들이 금융업무에 익숙지 않거나 여러모로 어렵다보니 이자를 연체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체이자율이 수십년 전과 마찬가지로 너무 높다”면서 “이를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촌 어르신을 보듬는 금융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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