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불길한 생각 - 공공비축미 환수

  • 입력 2017.07.07 15:36
  • 수정 2017.07.07 15:38
  • 기자명 강광석 강진군농민회 성전면지회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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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이후 문재인정권의 성격을 이해하는 키워드 세 가지를 제시한 적 있다. 천안함과 이석기와 사드였다. 그리고 밥쌀용 쌀 문제와 공공비축미 환수 문제에 대한 문재인정권의 대응 방식을 예상한바 있다. 북의 1번 모나미 어뢰가 천안함을 박살냈다는 정부 합동조사반의 결과 발표에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지난 9년간의 보수 정권이 전가의 보도처럼 들고 나온 안보, 동맹, 종북 등의 뿌리에 천안함이 있다.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과 초유의 국회의원 내란음모 사건은 음모는 없는데 선동은 유죄며, 말은 많은데 실제 행동은 없으며, 북한과 내통한 흔적이 없기에 더욱 위험한 RO는 결국 실체가 없는 것으로 대법원은 판결했다.

스스로 촛불 혁명 정부라 지칭하며 전면적 사회개혁을 약속한 문재인정권은 박근혜정권 붕괴의 서막을 연 민중총궐기를 지도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도, 일관되게 자주를 주장하며 한미동맹의 문제점을 지적한 이석기 전 의원도 석방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바뀌면 전 정부의 부당한 탄압에 구속된 사람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청산의 시작이며 핵심인데 문재인정부는 이를 하지 않고 있다. 대선시절 오락가락 입장의 대표적 사안이었던 사드문제는 결국 배치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절차를 밟아 간다는 것이지 사드 배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 미국 방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 확인했다. 문재인정권은 처절하게 친미적이며 치열하게 반북적이며 절차와 과정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철저히 자유주의적이다.

그는 밥쌀용 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으로 필자는 보았다. 왜냐하면 밥쌀용 쌀의 전부가 실은 미국쌀이기 때문이다. 밥쌀용 쌀 수입 문제는 한-미 FTA체결 당시 이면 합의 문제까지 불거진 사안이며 역사적으로 매우 뿌리가 깊은, 동맹의 잣대와 같은 사안이다. 말이 좋아 동맹이지 굴종과 사대의 표상이 쌀이다. 그는 후보시절 밥쌀용 쌀 수입 문제에 대해선 차기 정권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 라는 원론적인 답변도 하지 않았다. 미국의 이익에 맞서는 일을 그는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할 수 없다. 북에 대해 제재와 대화를 동시에 병행하겠다는 그의 말잔치는 미국의 이익과 한국 농민의 이익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것처럼 허망하다. 공공비축미 환수금 문제에 대해선 그는 비교적 적극적으로 자기의견을 개진했다. 올 2월 중순 농민과의 대화에서 “공공비축미 가격이 낮은 것이 문제인데 시장가격이 낮게 형성된 책임을 농민들에게 돌리는 것은 정부의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번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공공비축미 환수금에 관련한 질의에 김영록 후보자는 참으로 관료스런 답변을 했다. ‘국가 재정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절차상 하자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환수하겠다는 것이다. 밥쌀용 쌀 수입은 막지 못하고 공공비축미 환수금 문제는 문재인정부가 해결할 것이라고 본 필자의 예상이 빗나가고 있다. 친미적이며 자유주의적인 문재인정권은 밥쌀용 쌀 문제도 공공비축미 환수금 문제도 해결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길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근본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는 한국사회의 근본문제, 예를 들면 나라의 자주성, 노동3권 보장과 최저임금,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과 최저 농산물값 보장, 북에 대한 역사적 민족적 접근 등에 나아가지 못한다. 미국으로부터 민족의 자주성을 지키지 못하는데 노동자 농민의 권리 보장이 실현 될 수 없다. 촛불 혁명의 정신을 계승하는 일은 ‘촛불 혁명 정부’의 몫이 아니라 ‘촛불 민중’의 몫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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