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에 외국인노동자 신청하니 ‘감감무소식’

농협 대행신청 수수료 ‘많고’ 소요기간 ‘길다’ ... 산업인력공단 44일·농협 57일 걸려

  • 입력 2017.07.07 15:31
  • 수정 2017.07.09 13:05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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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한 이주노동자가 충남 논산의 토마토 하우스에서 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나 같은 농민이 한둘이 아닌데 그 피해를 다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강원도 화천에서 3,000평 규모의 애호박 농사를 짓는 송제덕씨. 송씨는 지난 5월 초 지역농협을 통해 올해 처음으로 외국인노동자를 대행신청했다. 수확기인 6월 말부터 부족한 일손을 보태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고 송씨와 비슷한 시기에 한국산업인력공단(공단)에 직접 신청한 주변 농민들은 이미 외국인노동자들이 들어왔지만, 송씨만 감감무소식이다.

송씨는 “한 달 뒤에 들어올 것에 맞춰 신청을 했는데 수확기에 들어섰는데도 제대로 수확을 못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농협에 항의를 했더니 담당인력이 1명이라고 하고, 콜센터도 외주를 줬는지 불친절하기만 해 화가 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더군다나 비용 차이도 있다. 예를 들어 공단에 2명을 신청할 경우 50만원이 든다면 농협의 경우 70만원 가까이 든다는 게 송씨의 설명이다. 송씨는 “농민을 위한 것이면 빠른 처리를 해줘야 하는데 돈도 더 주고 사람은 늦게 들어오고. 농민을 위한 게 아니라 농민을 죽이는 사업”이라고 성토했다.

외국인노동자의 국내 고용 및 체류지원은 고용노동부가 주관하고 있다. 그 실무는 산하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총괄하고 있으며 농협중앙회 등을 통해 대행신청도 받고 있다. 현재 농협에선 지역농협을 통해 신청서가 들어오면 우편을 통해 농협중앙회가 취합한 후 공단 전산시스템을 통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송씨처럼 농협을 통해 대행신청을 한 경우 그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민원이 제기돼도 농협과 주관부처인 고용노동부에선 이렇다 할 개선이나 대책을 세우지 않아 그 피해를 농민이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5개국에서 들어오고, 범죄사실 확인 등을 거쳐야 하니 나라마다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공단과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등 이해관계기관이 많다보니 행정적 절차에 변수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접수되는 건 당일 중에 처리하려고 한다, 최대한 농업인에 피해 안 가게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기본적으로 3명의 직원이 있고 대행신청이 집중되는 경우엔 아르바이트생까지 고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공단에 신청한 경우와 농협에 대행신청을 했을 경우의 소요시간 차이 등은 확인한 바 없다”며 “절차상 개선이 필요한지 통계부터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설명을 종합하면 다양한 변수로 인한 소요기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행정적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주관부처인 고용노동부의 관계자도 “공단 직접 신청과 대행신청의 차이가 크게 없다”면서도 “소요기간의 차이가 난다면 당연히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의하면 지난 2016년 평균 농축산업 외국인노동자 입국지원 소요기간은 공단이 44.32일, 농협 57.11일이다. 13일 가까이 차이가 났다.

실무를 총괄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공단과 농협이 경쟁관계는 아니라는 전제를 깔면서도 “농협은 오히려 수수료를 많이 받음에도 불구하고 도입기간이 더 길다”며 “공단은 평가에도 반영되고 직접 서류 작성은 못하지만 서류를 작성할 수 있도록 연락도 하고, 관심을 갖고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도입기간이 더 짧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아무래도 농협은 도입기간 단축에 대한 의무감이 있진 않다”며 “농협이 공단처럼 자주 연락하고 모니터링한다면 단축할 수 있다. 농협은 큰 기관이고 수수료를 받고 운영하니 책임감있게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농협을 통해 들어온 인원은 4,851명이고 공단은 1,752명이다. 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많은 농민들이 바쁘기도 하고, 서류 작성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편하고 믿을 수 있는 농협의 대행신청을 선택한 것이다. 농협은 농민들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농민들의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부처와 함께 소요기간을 줄이는 개선책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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