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인 일상의 삶, 함께 즐겨요”

상주 문화자립사회적협동조합 마을예술家
자립심 키우는 활동 장려 … 애쓰지 않는 즐거움으로의 초대

  • 입력 2017.07.02 21:14
  • 수정 2017.07.02 21:16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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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각, 경북 상주 외서면 외서초등학교 학생들이 하나둘 하교하고 있었다. 어쩐 일인지 아이들의 발걸음은 모두 같은 곳으로 향했다. 어디에 가냐는 질문에 박정덕(11)군은 “작은도서관에 가서 놀 거예요. 학교보다 도서관 가는 게 더 재밌거든요”라고 답하곤 친구들과 함께 우르르 달려갔다.

2003년 경북 상주로 거주지를 옮긴 백승희(52)·이용선(52)씨 부부는 목공, 바느질, 연극 등 다양한 방과 후 수업으로 폐교 위기의 학교 살리기 운동에 동참했다. 이후 5명의 귀농인과 함께 인근 도서관에서 책 3,000여권을 기증받아 2012년 ‘외서마을도서관’을 열었다. 지난해에는 도서관 이름을 ‘마을예술家(가)’로 바꾸고 아이들과 함께 삶을 즐기고 있다.

백승희 대표는 자립심을 길러주는 교육을 강조했다. “스스로 밥을 해먹을 줄 아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어요. 이 재료로 무엇을 해먹을지 계획하는 것에서부터 요리를 실행하고 먹고 나서는 뒷정리까지 해야 하거든요”라며 “이런 활동을 통해서 자기 시간을 이끌어나가는 능력을 만들고, 부모나 학교에 의존하지 않고 생각을 자립할 수 있죠”라고 자신의 철학을 말했다. “학교나 현재의 교육시스템에서 불합리성을 많이 느꼈고, 적어도 우리 아이들은 처음부터 좋은 기반을 딛고 일어섰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경제활동을 하느라 아이들을 돌볼 여력이 없는 부모님 대신 아이들 주변에서 좋은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난달 27일 경북 상주 외서초교 학생들이 하교한 뒤 다양한 활동을 위해 학교 인근의 문화자립사회적협동조합 마을예술家로 들어서고 있다. 한승호 기자

마을예술가의 한 달은 눈코 뜰 새가 없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학교수업을 마치고 하교한 아이들은 저녁 7시30분까지 놀고 싶은 대로 놀거나 요일마다 진행되는 소모임 활동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그냥 본인이 즐거운 일을 하면 된다. 외서초등학교 학생이 아니더라도 마을주민이면 누구나, 다른 면에서도 원한다면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다.

마을예술가에는 풍물놀이, 고전무용, 난타, 독서모임, 제빵, 백원장터, 환경농업장터,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우는 꽃보다 청춘학교 등 다양한 소모임이 생겼다. 처음에는 인문학적 문화를 만들고 싶었으나 일상의 좋은 삶을 공유하는 밥상머리 교육이 독서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짙어졌다고. 마을주민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이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것 같다고 한다.

백 대표는 “마을장터에 주민들이 많이 모이는 것을 보면 우리 활동을 인정해주는 것 같아요”라면서 “처음엔 ‘끼리끼리’라는 말을 많이 들었죠. 지금도 그렇지만 많은 분들이 뜻을 모아주신 덕분에 영역을 많이 넓혔고, 앞으로는 마을주민들이 스스로 이런 활동에 참여해 심층적인 소통을 했으면 해요. 하지만 그게 너무 애쓰는 일이어선 안 되니 자발적 참여 동력을 어디에서 마련할 지가 가장 큰 고민이에요”라고 말했다.

눈치 챘을 수도 있겠지만, 마을예술가의 모토는 ‘즐겁게 하자. 힘들면 지속할 수 없으니 너무 애쓰지 말자’다. 그래서 지금의 소모임들은 모두 좋은 문화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마을예술가를 찾은 사람들이 ‘알아서’ 이끌어가는 중이다. ‘어떤 문화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주인이 되려는 사람들이 모여야 만들 수 있다’는 백 대표의 철학이 날개를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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