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한 15년, 황소 같은 우직함으로

경북 의성 봉양한우마실작목회
회원농가 간 소통·화합하며 경종농가·지역발전 이바지

  • 입력 2017.07.02 21:07
  • 수정 2017.07.02 21:13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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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봉양한우마실작목회의 정육식당에는 한우고기가 어느 회원의 소인지 표시해 소비자에게 신뢰를 더하고 있다.

“올 초 28개월 된 소에 주먹보다 큰 물집이 생겼기에 근처에 사는 작목회원 형님한테 소 좀 봐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어요. 형님이 소염제를 주고 주사 한 방을 놔줬는데, 싹 낫더라고요.”

경북 의성군 봉양면에서 30여두의 한우를 일관사육하고 있는 김상권(49)씨는 ‘봉양한우마실작목회’ 회원이다. 작목회원들은 서로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한달음에 달려가 돕는다. 마을 부락별로는 조사료 생산도 함께하고 있다. 트럭이 없는 회원이 소를 출하할 때는 흔쾌히 트럭에 소를 실어주기도 한다.

2002년 의성군 봉양면의 한우농가가 모여 결성한 ‘봉양한우회’로 첫발을 뗀 ‘봉양한우마실작목회’는 사육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며 15년 째 동행하고 있다. 5년간 사육에만 집중하던 한우회는 10년 전, 사료 값도 벌기 어려운 현실에 우리가 키운 소 우리가 팔아보자는 생각으로 의기투합했다. 80여 회원농가가 5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을 출자해 1억4,500만원을 모았고 ‘봉양한우회’를 ‘봉양한우마실작목회 영농조합법인’으로 성장시켰다.

현재 작목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철기 전 회장은 “도매시장에서 경매한 한우고기를 사려면 중매인에게 최소 마리당 100만원은 줘야한다. 우리가 직접 도축하고 정육해 판매하면 경매에 붙인 가격도 아니고 수수료도, 운송비도 아낄 수 있다”며 “기껏 키워 팔아봐야 사료 값도 안 나오는 상황에서 소를 계속 키우려면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정육점과 식당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회상했다.

정육식당의 인기는 어마어마했다. 작목회는 등급이나 원산지 둔갑이 쉬운 한우고기 특성을 고려해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한우고기 옆에 어느 회원이 출하한 소인지 늘 표기해둔다. 분점을 내지 않고도 정육식당의 인기는 현재진행형이고, 여기에는 숨은 공신이 한 팀 더 있다.

봉양한우마실작목회 부녀회원인 황정미씨가 한우에게 사료를 주고 있다. 황씨는 “식탐 많은 소는 다른 소 밥까지 뺏어먹는다. 계속 돌보다보면 소들도 성격이 있다”며 웃었다.

작목회엔 회원농장주의 아내들이 모인 부녀회가 계획뿐인 일들을 실현시키고 있다. 매장의 일손이 부족할 땐 부녀회원들이 거들고, 겨울엔 500포기나 되는 김장을 뚝딱 해내기도 한다. 얼마 전 봉양면 어르신들을 모시고 진행한 식사대접 행사도 부녀회 몫이었다. 부녀회원인 황정미(49)씨는 “부녀회장도 임원회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여전히 참여가 원활하지 못한 게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실질적인 일들은 부녀회에서 다 하지만 일을 계획하고 결정하는 건 남편들 몫이고 우린 통보받기 일쑤”라며 슬쩍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작목회는 회장과 2명의 부회장, 총무, 감사 2명, 이사 5명이 경영을 맡는다. 80농가로 시작했지만 농장주의 사망, 폐업 등으로 지금은 64호의 농가가 함께하고 있다. 서너농가를 제외하고는 모두 마늘이나 자두농사를 겸하는 복합영농이다. 자연스레 경종농업에 대한 고민도 같이할 수밖에 없다.

마늘이 유명한 의성은 한우사료를 만들 때 마늘을 분쇄해 섞는다. 상품적 가치가 없는 작은 마늘들을 의성축협에서 수매해 사료재료로 쓰는 것인데, 이는 마늘 값을 어느 정도 안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또 식당에서 쓰는 쌀, 배추, 고춧가루, 쌈 등 많은 식재료들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충당하며 지역경제에도 순기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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