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우리마을의료생협] `우리동네의원'이 만드는 건강공동체

효자 역할 ‘톡톡’ … ‘통합적의료복지센터’로

  • 입력 2017.07.02 11:14
  • 수정 2017.07.02 11:18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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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우리동네의원 설립 전후를 함께 책임진 이훈호 원장(사진 왼쪽부터)과 최인숙 물리치료사, 신은영 간호사. 사진엔 빠졌지만 사무행정을 담당하는 신미애 홍성우리마을의료생협 활동가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침, 점심, 저녁 식후에 드시면 되요. 혈압순환개선제.”

“여그다(약봉투) 썼어? 잘 보이게.”

“썼죠~ 더 크게 써드릴게요.”

홍성 우리동네의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은 조씨 할머니와 간호사 신은영씨의 대화다. 지난달 27일 찾은 충남 홍성군 홍동면 상하중마을에 위치한 우리동네의원. 이훈호 원장은 가뭄 속 반가운 비 소식에 논밭으로 나가셔서 한산한 편이라고 했지만, 이른 아침부터 동네 어르신들의 분주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와. 혈압약 하나 타려고 해도 꼭 읍내까지 나가야 했는데 동네에 병원이 가까이 있으니까 금방 왔다 가지. 느닷없이 아프게 되도 제일 가까운께 찾아오기가 좋고. 또 친절하고.” 이 마을 토박이라는 이기선(78)씨는 마을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만든 우리동네의원 예찬론에 여념이 없었다.

우리동네의원을 설립한 홍성우리마을의료생협(의료생협)의 채승병 이사장도 “급하면 새벽에 나 죽겠다고 전화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이 원장이 눈 비비고 나온다”며 “자주 보고 편하게 상담하니 가족력까지 알고 내 병을 제일 잘 아는 주치의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8월 개원한 우리동네의원은 마을주민들의 삶에 다양한 변화를 만들었다. 물론 그 중심엔 의료생협이 있다. 의료생협은 우리동네의원을 통한 진료만이 아니라, 음악회, 바자회, 벚꽃길 걷기, 생애주기별 건강돌봄교실, 찾아가는 건강상담·교육 등을 통해 건강과 함께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속가능한 농촌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필수요소인 ‘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무엇보다 어르신들에게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물론 우여곡절도 있었다. 홍동면은 친환경농업이 발전한 지역인데다 귀농귀촌 인구도 많아 교육 등 지역활동이 왕성하게 이뤄져왔다. 지역에선 동네병원을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병원의 핵심인 의사가 주체로 서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다. 의사들이 연고도 없이 지역에 내려오는 게 쉽지 않은데다 돈이 되지 않아 있던 의원마저 문을 닫는 현실이 걸림돌이었다. 동네병원은 숙원사업이었던 셈이다.

우리동네의원이 구체화된 건 지난 2010년 홍성에 공중보건의로 왔던 이 원장이 지역에 남기로 하면서다. 빡빡한 서울살이에 답답함을 느꼈던 터에 조금은 다른 삶을 꿈꿨던 이 원장이 마음이 맞는 지역주민들과 의료생협이라는 형식을 통해 큰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의사’ 문제가 해결되자 작은 손길이 더욱 커졌고, 공간도 마련할 수 있었다.

이 원장은 “농민을 비롯해 여러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많은 기대와 응원을 해주고 있다. 잘 되길 바라면서 아껴주는 분들이 많아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무엇보다 “의료는 사실 굉장히 믿음이 중요하다. 의사는 환자를, 환자는 의사를 믿어야 한다”며 “6~7년 지역에서 함께하며 주치의로 활동할 수 있도록 믿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예전부터 한 마을이 잘 되려면 교사와 농민과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2015년 홍성우리마을의료생협 창립총회에서 나온 축사다.

의료생협은 우리동네의원 개원에 이어 의료와 복지가 함께 이뤄지는 통합적의료복지센터라는 청사진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 홍동면에서 이뤄진 건강공동체 실험이 농촌 이곳저곳에 퍼질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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