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통한 `상생' 추구하는 마을

각자 다른 방식의 먹거리 공유 활동
쌍용차·세월호 등 투쟁현장과 먹거리 나눠
마을화폐 통한 공유경제도 추진

  • 입력 2017.07.02 11:12
  • 수정 2017.07.02 11:16
  • 기자명 강선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달 26일 전북 장수군 하늘소마을의 마을회관에서 마을주민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마을주민 김재호씨와 장상환씨, 정미영씨, 허윤행씨. 주민들을 하나같이 "우리 동네만큼 주민들 간 관계가 원만한 마을도 없다"고 자랑했다. 한승호 기자


저절로 곤충 이름을 떠오르게 만드는 전북 장수군의 하늘소마을. 지자체 명과 마을 이름을 붙이면 ‘장수하늘소마을’이란 예쁜 이름이 나온다. 이곳 주민들의 공통점을 찾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마을에서 종사하는 일도 각각 다르다. 그럼에도 그들을 묶을 수 있는 공통점은, 넓은 범위의 먹거리 정의와 나눔을 실천한다는 점이다.

하늘소마을은 모든 농사를 친환경농법으로 추진하는 친환경 생태마을이다. 재배 작물은 다양하다. 고랭지 채소부터 쌀, 원예작물에 이르기까지 약 40가지의 농산물을 생산·공급한다.

생산한 농산물을 꾸러미 형태로 각지에 공급하는데, 여기서 이 마을만의 특징이 눈에 띈다. 유기농산물은 생산과정에서의 비용이 많이 들어 가격도 약간 더 비싸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에 풀릴 경우, 아무래도 부유층이나 중산층이 더 구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반면 저소득층은 친환경먹거리를 접할 기회가 적은 게 현실이다. 이에 주민들은 농산물 꾸러미를 도시 저소득층에 공급하는 등 다양한 계층의 먹거리 접근권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했다. 장수군은 하늘소마을의 꾸러미 사업에 택배비, 수요자 구입비 차액, 포장비, 꾸러미 회원 모집비 등의 각종 비용을 지원했다. 최근엔 경남 창원시의 자활센터와 연계해서 창원지역 저소득층에 대한 꾸러미 공급 사업을 실시한 바 있다.

하늘소마을 주민 김재호씨는 “마을 주민들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먹거리 관련 활동에 뛰어들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모두 유기농 방식에 동의하는 가운데, 어떤 사람은 지역 저소득층에 대한 먹거리 공급 위주의 먹거리 정의활동을, 어떤 사람은 친환경 영농조합 활동을 통한 친환경농산물 유통구조의 개선·확대를, 또 저같은 사람은 도시 투쟁사업장의 노동자들을 위한 먹거리 활동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먹거리 정의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라 말했다.

김씨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 및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 도시 내 장기투쟁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지역 생산 먹거리들을 나누는 활동을 진행했다. 그렇게 관계를 형성한 노동자들은 하늘소마을로 와 주민들과 교류를 가졌다. 투쟁사업장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민중의 집’이란 공간도 하늘소마을 내에 마련됐다. 먹거리의 공유를 통해 도시와 농촌의 구성원들이 연대감을 형성한 사례이다. 하늘소마을 주민들은 김씨가 주도했던 투쟁사업장 노동자들과의 ‘먹거리 연대’ 활동에 모두 참여했다.

마을 주민들은 내부적인 결속도 강하다. 최근엔 마을 자체의 화폐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마을화폐 밴드도 만들어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 중 주민들끼리 나눠먹을 것, 외부에 나눌 것, 판매할 것 등을 나눠 운용한다. 후원할 농산물이나 농기구, 가재도구, 재활용품 등을 밴드에 올려놓으면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고 본인도 필요한 물품을 취하는 식의 경제활동이 진행된다. 한편으로 마을에 필요한 사업, 또는 사회적 가치가 있는 일을 집행할 때를 대비해 마을기금도 마련한 상태이다.

각자 종사하는 분야가 다르고, 주된 관심사가 다르지만, 먹거리의 가치를 공유하는 데 대한 공통점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이 하늘소마을 사람들이었다. 한 마을주민은 자신의 농산물을 투쟁사업장에 전했던 경험에 대해 “우리가 생산한 농산물이 가치 있는 데 쓰이는 경험이 참 좋았다”고 했다. 하늘소마을 사람들은 그 소중한 경험을 함께 껴안고 살아가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