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한 농업, 함께하면 ‘미래’가 보인다

[부안 하서미래영농조합법인] 함께 농사짓고 함께 놀며 절묘한 세대교체까지 성공

  • 입력 2017.06.30 13:44
  • 수정 2017.06.30 13:47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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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하서미래영농조합법인 회원인 제구현씨의 논에서 모내기를 하는 모습. 중고가격이 2,000만원을 넘어가는 신형 이앙기로, 법인에서 공동구매한 기계다.

막막, 불안, 절박, 황폐…. 오늘날 농업이란 단어에는 온갖 부정적인 수식어들이 붙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찌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한국 농업의 현실이다. 그런데 전북 부안군 하서면에는 당당하게 미래를 희망으로 색칠해 가는 농민들이 있다.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들여다보면 그 당당한 희망이 결코 허풍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일단의 농민들이 의기투합해 하서미래영농조합법인을 발족한 것은 2004년의 일이다. 정부의 무관심과 쇠락해 가는 농업현실 속에서 스스로 대책을 마련하고 힘을 모아 제대로 농사를 지어 보자는 취지였다. 이후 2010년 무렵부터 귀농인을 중심으로 젊은 회원들이 대폭 늘어났고, 지금은 이들 2세대 회원들이 중심이 돼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3년 전 10여명의 젊은 회원들은 ‘미농사(미친 듯이 농사 짓는 사람들)’라는 소모임을 조직했다. 이들은 개인 단위 농사의 합리성·효율성에 의문을 던지며 협업경영을 본격화했다. 법인 차원에서 전체 작목과 생산량 계획을 세우면 자연스레 몇 명씩 팀을 짜서 생산을 담당하게 된다. 연구 목적의 재배를 담당하는 팀도 있으며, 숱한 시행착오와 선진지 견학을 통해 고추·양파·감자 등 친환경 밭농사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게 됐다.

농사는 공동생산·공동분배를 원칙으로 한다. ‘공산주의 몰락’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소득분배는 30%를 균등분배하고 나머지 70%엔 노동기여도를 적용한다. 노동기여도엔 작업 참여시간을 가장 크게 반영하는데, 이를 위해 개인별 작업 참여시간을 30분 단위로 철저히 기록한다.

하서미래협동조합 소속 농가에 농활을 온 가톨릭대학교 학생들이 농민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어느덧 고령이 된 1세대 회원들은 2세대에게 자본과 노하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출자 배당과 후배들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고령임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을 수 있다. 2세대는 그 양분 속에서 열심히 농사를 지으며 마음껏 뜻을 펼친다. 1세대가 은퇴하며 출자금을 환수해갈 무렵엔 2세대의 자녀인 3세대들이 출자금을 내고 들어오게 된다. 이상적이라 할 정도의 세대교체 과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 간 신뢰다. 유재흠 법인 상임이사는 농사 만큼이나 ‘함께 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서울·부산·춘천 등 매년 겨울 도시로 떠나는 MT엔 단 한 명의 불참회원도 있어선 안되며, 수시로 등산과 놀이를 즐기며 친목을 다진다. “같이 여행을 가고 노는 과정에서 인간성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어요. 유통이나 재배기술 따위도 어렵지만, 우리 내부에서 완벽한 신뢰관계를 확보하지 못하면 어떤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서미래영농조합법인은 올해 4월부터 2세대 회원들이 경영을 이양받으며 더욱 힘찬 미래를 그려 나가고 있다. 3세대 회원들과 그 아래 손주 세대까지 이어질 100년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그들. 혼자라면 막막할 농업이, 함께하면 이렇게 희망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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