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전라남도 곡성군은 ‘효의 고장’이자 ‘장수촌’으로 불린다. 65세 이상 인구가 군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곡성지역의 실상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곡성군은 지난 5월 기준으로 전체 인구 3만421명 중 65세 이상 인구 수가 1만6명에 달한다. 전체인구 중 65세 인구 비율이 20% 이상일 때 초고령 사회라 부르는데 곡성군은 32.9%로 초초고령 사회라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전남 타 지역도 노인인구 비율이 높아 지난 2015년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전남이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읍면으로 구분해 살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인구 691명인 고달면은 65세 이상 인구가 564명이나 됐다. 면 인구의 81.6%가 노인이다.
지난 19일 찾아간 겸면 괴정마을도 젊은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겸면 역시 면 인구 1,006명 중 731명이 65세 이상이다. 김진성 괴정마을 이장(75)은 “주민들 나이가 많으니 마을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 체력이 따라가지 못 한다”라며 “귀농인 아니면 젊은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이장은 “나이가 많아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주민들에게 부업을 신청하라 해도 잘 하려 하질 않더라”라고 덧붙였다.
10년 전 마을에 자리잡은 강대윤(72)씨는 “몸이 좋지 않아 부부가 함께 이사왔다”라며 “진찰비가 부담이 돼 병원에 자주 가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광주시까지 나가 병원을 간혹 가지만 치료가 별 소용이 없더라. 무상으로 받은 건강검진은 형식적인 검진이라 역시 소용이 없다”고 탄식했다. 강씨는 “보험도 없어 매달 나오는 연금만으로는 생계가 어렵다”면서 “몸도 불편하고 농사도 안 지으니 일상은 집에서 다 보낸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농사를 지어도 자급하는 수준 이상은 엄두를 내기 힘들다. 김진철(67)씨는 “부부가 함께 논 1,000평에 밭 400평을 농사짓는데 수확해서 낼 건 없다”며 “나이가 들어 이제 농사규모를 늘리긴 어렵다”고 손사레를 쳤다.
18살에 시집온 뒤로 줄곧 괴정마을에서 살았다는 최순자(82)씨는 5남매를 키운 농사를 대폭 줄여 이제 고추와 콩을 심은 700여평의 텃밭만 남았다. 최씨는 “팔 게 어딨겠나. 자식들에게 나눠주면 없다”라며 “이제 귀가 먹어 자식들하고 전화통화도 잘 하질 못한다. 간혹 면 소재지 의원을 찾아 물리치료를 받지만 효과가 없어 대개 마을회관에서 이웃들하고 보낸다”고 전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농촌고령자 실태 및 정책개선방안 자료에 따르면 농촌노인 중 84%가 경제적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걸로 조사됐다. 연세대 SSK 고령화사업단이 연구한 자료를 봐도 농촌노인의 64.1%가 연소득 1,000만원 미만의 빈곤층으로 조사돼 농촌노인 빈곤이 시급한 과제로 나타났다.
이에 위 의원은 “농촌어르신들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사각지대에 있어 경제적 어려움이 큰 게 사실이다”라며 “농촌현실에 맞는 공적연금 제도 등 노후소득보장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책적으로 농촌 노인들의 건강과 행복에 대한 기본권을 보호해야 한다”라며 의료 및 교통 서비스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 부연구위원은 “농촌 노인들이 받는 의료의 질이 높지 않은 게 문제다. 치매나 중풍에 걸린 노인들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농촌지역에 의료수준이 보장된 의료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불편한 농촌지역 대중교통도 노인들에게 굉장히 큰 장벽이다. 농촌형 교통수단 개발과 보급에 재원을 확충해 복지 서비스 접근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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