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노인의 하루, 안녕하십니까

전남 곡성 65세 이상 인구 33%·면지역 인구 81%가 노인인 곳도
농촌노인 84% 경제적 만족 못 해 … 의료 및 교통서비스 확충 필요

  • 입력 2017.06.25 13:10
  • 수정 2017.06.25 13:14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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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전라남도 곡성군은 ‘효의 고장’이자 ‘장수촌’으로 불린다. 65세 이상 인구가 군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곡성지역의 실상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곡성군은 지난 5월 기준으로 전체 인구 3만421명 중 65세 이상 인구 수가 1만6명에 달한다. 전체인구 중 65세 인구 비율이 20% 이상일 때 초고령 사회라 부르는데 곡성군은 32.9%로 초초고령 사회라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전남 타 지역도 노인인구 비율이 높아 지난 2015년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전남이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읍면으로 구분해 살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인구 691명인 고달면은 65세 이상 인구가 564명이나 됐다. 면 인구의 81.6%가 노인이다.

지난 19일 전남 곡성군 겸면 괴정마을회관에서 농사일로 바쁜 주민들이 모여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군은 농번기철에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마을공동급식 지원을 통해 농민들의 일손을 덜어주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9일 찾아간 겸면 괴정마을도 젊은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겸면 역시 면 인구 1,006명 중 731명이 65세 이상이다. 김진성 괴정마을 이장(75)은 “주민들 나이가 많으니 마을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 체력이 따라가지 못 한다”라며 “귀농인 아니면 젊은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이장은 “나이가 많아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주민들에게 부업을 신청하라 해도 잘 하려 하질 않더라”라고 덧붙였다.

10년 전 마을에 자리잡은 강대윤(72)씨는 “몸이 좋지 않아 부부가 함께 이사왔다”라며 “진찰비가 부담이 돼 병원에 자주 가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광주시까지 나가 병원을 간혹 가지만 치료가 별 소용이 없더라. 무상으로 받은 건강검진은 형식적인 검진이라 역시 소용이 없다”고 탄식했다. 강씨는 “보험도 없어 매달 나오는 연금만으로는 생계가 어렵다”면서 “몸도 불편하고 농사도 안 지으니 일상은 집에서 다 보낸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농사를 지어도 자급하는 수준 이상은 엄두를 내기 힘들다. 김진철(67)씨는 “부부가 함께 논 1,000평에 밭 400평을 농사짓는데 수확해서 낼 건 없다”며 “나이가 들어 이제 농사규모를 늘리긴 어렵다”고 손사레를 쳤다.

18살에 시집온 뒤로 줄곧 괴정마을에서 살았다는 최순자(82)씨는 5남매를 키운 농사를 대폭 줄여 이제 고추와 콩을 심은 700여평의 텃밭만 남았다. 최씨는 “팔 게 어딨겠나. 자식들에게 나눠주면 없다”라며 “이제 귀가 먹어 자식들하고 전화통화도 잘 하질 못한다. 간혹 면 소재지 의원을 찾아 물리치료를 받지만 효과가 없어 대개 마을회관에서 이웃들하고 보낸다”고 전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농촌고령자 실태 및 정책개선방안 자료에 따르면 농촌노인 중 84%가 경제적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걸로 조사됐다. 연세대 SSK 고령화사업단이 연구한 자료를 봐도 농촌노인의 64.1%가 연소득 1,000만원 미만의 빈곤층으로 조사돼 농촌노인 빈곤이 시급한 과제로 나타났다.

이에 위 의원은 “농촌어르신들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사각지대에 있어 경제적 어려움이 큰 게 사실이다”라며 “농촌현실에 맞는 공적연금 제도 등 노후소득보장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책적으로 농촌 노인들의 건강과 행복에 대한 기본권을 보호해야 한다”라며 의료 및 교통 서비스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 부연구위원은 “농촌 노인들이 받는 의료의 질이 높지 않은 게 문제다. 치매나 중풍에 걸린 노인들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농촌지역에 의료수준이 보장된 의료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불편한 농촌지역 대중교통도 노인들에게 굉장히 큰 장벽이다. 농촌형 교통수단 개발과 보급에 재원을 확충해 복지 서비스 접근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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