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시로 가고 싶었습니다

김푸름(20·가명·경북 문경시)

  • 입력 2017.06.23 13:39
  • 수정 2017.07.03 10:09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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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던 고향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한 지는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당연하다고 느꼈던 것들이 사실은 이곳에 살아서 겪는 불편이라는 것을, 깨닫고 또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된 건 고등학생이 되어 대구에 놀러 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 당연한 불편함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번 기회에 얘기하고 싶은 건 나와 같이 농촌지역에 사는 10~20대들의 활동영역과 시간에 관해서다. 돌아보면 나와 친구들에게 있어 가장 불편을 주었던 고향의 한계였고, 지금도 문경에 가면 늘 겪는 불편이니까.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모여 이것저것 하길 좋아했던 중학생 시절, 우리 무리에는 소위 ‘읍면리’에 살던 친구가 있었다. 그 아이는 항상 잘 노는 도중에 먼저 작별 인사를 하고 아직 노을도 채 지지 않았을 때 집에 돌아가곤 했다. 시내에서 그 마을로 가는 버스는 하루 3~4대에 불과했는데 그 막차는 저녁 6시가 되기도 전에 출발했기 때문이다.

시내에 가까이 사는 나라고 딱히 한참 더 있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여기서도 버스 막차는 보통 8시 전에 끊기니까. 조금이라도 귀가가 늦어지거나 행여 불가피한 일이 생기면, 그리 깊지 않은 밤에도 귀가할 수 있는 수단은 택시 혹은 걷는 것 밖에 없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선 지방의 인문계 고교가 보통 그렇듯 기숙사가 있어 이런 문제가 줄어들긴 했지만, 거주지를 만들어주는 게 무조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경사람이 문경에서 학교를 다니는데 집을 떠날지 고민해야하다니!

대한민국 고등학교의 하루는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어진다. 거기에 기숙사에서 생활하면 학교에서의 그 긴 하루뿐만 아니라 잠들기 직전까지, 사실상 한순간도 나만의 시간이 없는 것이다. 지나치게 긴 단체생활은 선후배 혹은 친구들 간의 관계가 가져오는 스트레스를 키웠다. 개개인의 성향과 성격 상 적응이 힘든 친구들이 분명히 있었고, 나도 어느 정도 그랬기에 몇 개월 있지 못하고 기숙사를 나와 버렸다.

‘읍면리’에 사는 아이들은 첫차를 놓치면 자력으로 학교에 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어쩔 수 없이 기숙사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개중에선 시내에서 정말 먼 마을에 살면서도 집에서 학교를 다니기 위해 매일 오전 6시 전에 일어나는 고통을 감수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속박이 싫어서, 시내가 아니면 최소한의 문화생활도, 의료 서비스조차도 접할 수 없는 환경이 싫어서, 이유는 여러 가지였지만 어쨌든 우리 대부분은 대학생이 되면 이곳을 떠나야한다고 생각했다. 예술을 공부하는 나는 특히나 탈출이 절실했지만 불행하게도 나는 대구나 서울처럼 아주 큰 도시를 가지는 못하고 인근의 다른 소도시로 진학하고 말았다.

지금은 편입을 준비하고 있고, 서울에 가서 온갖 문화생활을 누리며 살아보겠다는 꿈도 여전하다. 하지만 고향을 영원히 등질 거냐고 물으신다면, 답은 “절대로 아니야!” 나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문경을 사랑하니까. 언젠가 내가 돌아왔을 땐 조금 더 나은 고향이 돼 있기를 소망한다.

 

※이 글은 문경시에서 초·중·고교 시절을 보낸 한 대학생의 수기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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