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이 짊어진 또 하나의 짐, 가사노동

“어느 때건 식사 준비하는 건 늘 우리다”
마을공동급식, 농번기만이라도 바쁜 손 덜어줄 수 있어

  • 입력 2017.06.23 13:37
  • 수정 2017.07.03 10:10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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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7일 열린 ‘제2회 여성농민 정책포럼'에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광주전남연합 오순이 정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성 불평등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손님, 바로 가사노동 분담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방안으로 마을공동급식제도의 확대·개선이 제시됐다.

지난 7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 김순애, 전여농)은 대전근로자종합복지회관에서 제2회 여성농민 정책포럼을 열었다. 여성농민 성 불평등 해소를 위해 새 정부에 던질 다양한 제안이 논의된 이 자리에서, 여성농민이 혼자 짊어지고 있는 가사노동에 대한 불만도 쏟아져 나왔다.

오순이 광주전남연합 정책위원장은 “농가공동경영주제도가 현실화된 지금 시점에서는 상황이 꽤나 변해 이제 여성농민이 남성농민과 대등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우리 지역을 보면 농업기술센터에서 주도적으로 교육받는 인원도 여성농민이고, 농사 말고 다른 일을 해서 농외소득을 벌어오는 것도 우리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집에 오면 늘 우리가 밥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의용소방대, 생활개선회, 번영회 등 지역자치기구에 여성이 단체장을 맡는 경우도 이제는 꽤 많이 보이고 있지만 그 속의 문화를 보라”며 “여자들은 늘 식사를 준비해야하는 역할에 불만을 갖고 있다. 예전과 다른 환경에서도 여자들의 역할은 크게 바뀐 것이 없다는 점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계청 자료 ‘2016 일·가정 양립지표’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의 평균가사노동시간은 여성 3시간14분, 남성 40분으로 여성이 다섯 배가량 높다. 전통적·보수적 색채가 짙게 남아 있는 농촌의 가족상을 생각하면 농촌의 가사노동 분담이 우리나라 평균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여농의 정책위원들은 해결 방안으로 농번기 마을공동급식의 확대와 개선을 제안했다. 유주영 충북 진천 정책위원은 “요즘은 농작물이나 지역에 따라 일하는 시기도 다 다른데 그런 점은 고려되고 있지 않다”며 “비슷한 환경에 놓여 있는 농민들끼리, 예를 들면 딸기를 주요 작물로 취급하는 농민에겐 제일 바쁜 겨울철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이수미 상임연구원도 지난 13일 낸 이슈보고서 ‘농번기 마을공동급식 사업 현황과 개선방안’을 통해 현재 20개 시군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농번기 마을공동급식이 이 문제의 해결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농번기만이라도 여성농민들의 가사노동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현재의 공동급식 정책에 대해서 “농번기 마을공동급식 사업은 20~30인 정도의 급식이 가능한, 급식시설이 갖추어진 곳이 있어야 신청이 가능한데 대부분 마을회관(경로당)이다”라며 “농번기 마을공동급식은 경로당 공동급식사업과는 그 목적이나 사업취지가 다르지만, 농촌의 현실상 마을회관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이뤄지다 보니 두 사업은 구분되지 못해 여성농민은 공동급식장소를 많이 이용하지 않는다. 젊은 여성농민과 외부일꾼들도 마을주민과 함께 농번기 공동급식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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