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새 희망의 길을 찾다⑥] 전북 익산 금마농협

농협개혁 깃발 들고 ‘무한도전’

  • 입력 2017.06.23 12:54
  • 수정 2017.07.13 16:47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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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농협법 개정안이 일부 수정 끝에 국회를 통과하며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이 결국 지주체제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사업구조 개편 전면 재평가 및 경제사업연합회 체제로의 전환 등 농협 개혁을 요구하는 농업계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이에 <한국농정신문>은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와 공동기획으로 매월 1회 모범적 지역농축협의 목소리를 통해 농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롭게 모색할 계획이다. 

“경제사업 비중 절반은 돼야”… 5천평 규모 ‘경제사업센터’ 만든다 

백낙진 전북 익산 금마농협 조합장(맨 오른쪽)과 임직원들이 올해 4월 개장한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촬영에 앞서 백 조합장은 “임직원들이 일선 현장에 나가 있어 많은 인원이 모이지 못했다”면서 양해를 구했다. 한승호 기자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농협 심판.” 지난 2015년 3월 전북 익산에 위치한 금마농협 조합장에 당선된 백낙진 조합장의 당시 선거 슬로건이다. 금마농협은 농민회장 출신인 백 조합장 당선 이후 강도 높은 개혁과 경제사업 규모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꾀하고 있다.

백 조합장은 “금마농협의 수익구조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비율로 보면 7대 3이다. 있어선 안 될 일이다. 농협이라는 간판을 달았으면 경제사업이 절반은 돼야 한다”며 “금마농협이 연간 농약을 1억2,000만원어치 판다. 하지만 일반농약사는 다 3억원 이상 팔고 있다. 안타까운 실정이다. 게다가 지역농협 중에 육묘장이 없는 농협은 금마농협밖에 없다”고 농협개혁을 천명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20일 금마농협을 찾아 변화의 흐름을 되짚었다.

‘교육’ 중심에 둔 농협개혁 불도저

금마농협은 사료판매사업에 있어 농협사료에 선수금을 주면 1,000원의 물건을 800원에 들여올 수 있다. 800원에 적정수수료를 붙여 판매하면 되는데 원래 가격인 1,000원에 웃돈을 붙여 농민에 판매했다. 이는 이전까지 금마농협이 어떤 식으로 운영됐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이렇다 할 경제사업이 없고, 조합원보다는 직원 중심의 관성적 운영이 이뤄지다보니 ‘불합리한 농협과 불친절한 직원’이라는 수식어도 등장했다.

이에 백 조합장은 직원과 조합원 교육에 힘을 싣고 해법을 모색했다.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10차에 걸친 전 직원 ‘농심’교육을 진행한 것도 그래서다. 직원들이 농민조합원을 중심에 두고 사업을 고민하고, 영농현장에서 사업영역을 넓혀갈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전국 최고의 농협으로 달려가기 위해 금마농협 전 직원이 ‘무한만족·무한감동·무한배려·무한열정·무한화합·무한도전’ 등 6무운동을 펼치자는 자발적 제안이 뒤따르기도 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 4월엔 1,000명 이상이 참여한 전 조합원 한마음대회도 자체적으로 개최했다. 대규모 행사는 보통 대행사에 맡기지만 직원들과 함께 농림축산식품부의 행복버스를 유치하고 평양예술단 공연과 장수사진 촬영, 한방진료까지 기획하며 성황을 이룬 것이다. 한편으론 예산도 절감했다. 백 조합장은 “어려운 상황에서 직원들이 잘해주고 있어 매우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교육의 한축엔 농민조합원이 있다. 농협을 바라보는 시선이 워낙 싸늘하지만 농민 편에서 역성을 내줄 곳은 그나만 농협뿐이라는 게 백 조합장의 설명이다. 조합원들이 수익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협동조합의 조합원답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농협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이를 위해 진행 중인 주요사업을 문자와 우편을 통해 투명하게 알리는 부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백 조합장은 “농협도 살고 농민도 사는 공동상생의 길로 가야 한다. 난관을 극복하는 길로 의기투합하고 고민하면 미래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탁사업’ 전환 등 경제사업 확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비율에 아직까지 큰 변화는 없지만, 금마농협은 경제사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신용사업에서 10억원 가량의 대출 하나만 잘못돼도 휘청될 수 있는 작은 농협인 만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경제사업 중심 구조가 필요해서다.

우선 경제사업 규모를 늘리기 위해 농작물 수매방식을 수탁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쌀값이 대책없이 폭락하는 상황에서 농협에서 부담을 다 떠안을 수 없어 일단 수탁 방식으로 수매한 후 매출을 올리면서 농가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한편 농협의 위험도 줄였다. 이를 통해 농가에 가마당(조곡 40kg 기준) 3,000원씩 더 줄 수 있었다고 한다. 수수료 문제로 농민들이 반발할 수도 있었지만, 백 조합장은 임직원을 설득해 “농민들이 쌀값을 제대로 받을 때까지 받지 말자”고 했다. 실제로 금마농협은 완전 판매시까지 수탁수수료를 받지 않았다.

이는 로컬푸드 수수료도 마찬가지다. 금마농협 내부에선 가공 15%, 일반 엽채류 13%의 수탁수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백 조합장은 “농민이 어려울 때 설령 농협이 힘들더라도 농민을 도와주는 사업을 해야 한다. 농협의 안정을 먼저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결국 로컬푸드 수탁수수료는 10%가 됐다. 또한 금마농협은 백 조합장 당선 이후 육묘장을 임대해 지원해왔고, 올해부턴 농작업 대행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3년 동안 조합원 100명 늘어

금마농협에선 취급하지 않는 작물은 없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특산품도 없던 터다. 금마농협이 틈새시장 돌파 전략을 구상한 것도 그래서다. 이는 로컬푸드를 시작한 배경이기도 하다. 익산관내 14개 농협 중 로컬푸드를 진행하는 농협이 없는 상황에서 고령농과 중소농의 소득 창출에 도움이 되고 소비자에겐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로컬푸드 사업은 금마농협엔 안성맞춤이었다. 특히 행정적 지원으로 큰 예산이 들지 않은 점도 작용했다. 물론 마하고 딸기를 대표품목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노력도 고민 중이다.

더불어 지역별 특화품목을 가공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금마농협의 구상이다. 가공센터를 세워 인근 여산면 특산품인 양파·서익산 블루베리로 즙을 짜고, 왕궁면 생강으로 편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금마농협이 장기적으로 구상 중인 5,000평 규모의 ‘경제사업센터 구축’이라는 큰 그림의 한 축이다.

경제사업센터엔 자재백화점을 크게 확대하는 한편, 200평 규모의 육묘장·녹화장을 마련하고 또한 낙후된 양곡창고 시설을 현대화할 계획이다. 농기계수리센터도 옮길 예정이다.

큰 고정자산을 투입하는 건 아니다. 행정과 농협중앙회 지원 등을 예상한 사업이다. 백 조합장은 “부지 확보가 관건으로 부지만 선정되면 사업이 급속도로 추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인중 금마농협 상무는 “조합장의 불도저같은 추진력으로 농협이 안정을 되찾고, 그에 기반해 무리하지 않으면서 행정적 지원 등을 통해 경제사업을 확장해가고 있는 것이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금마농협의 변화에 조합원 가입도 늘고 있다. 백 조합장 취임 이후 3년 동안 100명 이상이 늘어 1,280명 수준이다. 인구수도 적은데다 고령화에 따른 자연감소치를 따진다면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다양한 변화가 구체적 성과로 거듭나 농민회장 출신 조합장의 ‘경제사업센터’ 구축이라는 꿈이 현실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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