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막힌 산닭 시장, 토종닭산업 어디로 가나

예산 부족으로 수매도 기약없어
“갚을 길 막고선 저리융자 무슨 소용인가”

  • 입력 2017.06.18 13:09
  • 수정 2017.06.18 13:11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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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초여름 AI 발생으로 토종닭농가와 유통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토종닭 유통의 30%를 차지하는 산닭 시장이 다시 막힌데다 AI 바이러스 전파 요인 중 하나로 소규모 농가의 토종닭 유통과정이 집중 조명되며 활로를 찾기 난망한 모습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일부터 전국 전통시장 및 가든형 식당에 살아있는 닭 등 가금 거래를 금지했다. 제주에서 AI 의심축 신고가 접수된 지 3일 만에 내려진 조치다. 농식품부는 AI 의심축이 살아있는 가금 거래상인을 통해 유통됐고 전통시장으로 판매하는 농가 또는 거래상인 계류장을 중심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산닭 거래 금지의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 역학조사 결과, AI가 전통시장 가축거래상인 등을 통해 소규모 농가에서 발생하는 점이 드러나자 이 조치는 12일부터 25일까지 전국 가축거래상인의 살아있는 닭, 오리 등 가금류 유통금지로 확대됐다.

또다시 판로가 막힌 토종닭농가들은 오매불망 정부 수매만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농식품부는 지난 7일부터 토종닭·오골계 농가 중 계열화업체와 계약을 맺지 않은 농가들을 대상으로 수매 접수를 받아 9일까지 토종닭 77만수, 오골계 7만수의 수매 희망을 받았다. 수매가는 토종닭은 ㎏당 2,800원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현재 농식품부는 수매예산으로 20억원을 책정한 상황인데 토종닭 1수당 2㎏으로 잡아도 43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한국토종닭협회 관계자는 “농식품부가 보다 정확한 수매물량을 파악하고자 재조사를 할 것 같다. 그래도 추가 예산확보가 필요하다”라며 “언제 수매가 시작될지도 문제지만 유통상인들은 더 큰 어려움에 처했다”고 귀띔했다.

농식품부는 12일 중소기업청과 협의해 전통시장 등에서 가금 및 그 생산물을 판매하는 소상공인 경영난 해소 목적으로 경영안정자금 지원을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농식품부는 5일부터 이동제한 조치로 영업제한을 받은 부화장, 도계장, 가금류 가공장, 가축거래상인들에게 연리 1.8%(2년 거치 3년 상환) 조건으로 경영안정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영업금지로 정상경영을 할 수 없는 상인들은 지원 자금을 갚을 길이 없어 해법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산닭유통을 해온 박철남 토종닭협회 경기지회장은 “거래가 금지됐는데 어떻게 자금을 갚겠느냐”라며 “AI에 걸린 닭이 문제지 상인들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책임을 전가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18년 동안 모란시장에서 산닭유통을 해왔다는 박 지회장은 “대통령이 일자리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정부는 토종닭뿐 아니라 민원이 제기되는 축산 전체를 없애려 한다”라며 “항시 예찰과 이동승인제를 해달라고 스스로 요청해도 정부가 하질 않고 있다”고 개탄했다.

토종닭협회는 9일 긴급 회장단 회의를 열고 일단 정부 방역정책에 적극 협조하며 자구책을 찾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 결과 종계부화분과에선 무허가농장과 소규모 농가엔 분양하지 않기로 했으며 불법 부화기로 부화해 판매 및 사육하는 행위와 혼합사육에 관한 대책을 건의하기로 했다. 또, 복 시즌을 앞두고 가금중개상 인증제 참여 상인들에 한한 산닭 거래 허용과 소규모 도계장 설립 및 양성화도 정부에 적극 건의할 계획이다.

토종닭협회 관계자는 “소규모 농가들은 방역이란 개념도 없다. 이들 때문에 산업 전체가 흔들리니 힘들다”면서 “지난 11월에도 산닭 시장을 닫았지만 AI 확산을 막지 못했다. 효과도 없는데다 일자리 창출에도 저해되는데 산닭유통 자체를 문제삼는 분위기가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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