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농업] 가뭄에 단비를 기다리며

  • 입력 2017.06.16 14:46
  • 수정 2017.06.16 14:47
  • 기자명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근래 보기 힘들었던 큰 가뭄이 전국 곳곳을 메마르게 만들고 있다. 타들어가는 작물을 속절없이 바라봐야 하는 농심도 더불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가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애타는 사정은 북녘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전망대에서 바라본 황해북도 개풍군에 위치한 임진강 상류는 곳곳에 바닥이 드러나 있었다. 남녘만큼이나 북녘도 가뭄이 심하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아울러 남측만큼이나 북측도 가뭄피해를 줄이기 위해 두 팔을 걷어 붙이고 모든 노력을 집중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북측에게 대규모 가뭄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지난 1994년은 기상 관측 역사상 한반도 전역의 가뭄이 가장 극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측은 전년도에 최대 규모의 홍수범람으로 많은 농지가 유실되고 농업용 기반시설이 파괴됐다. 그 중에는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수리관개시설도 포함돼 있었다. 그 여파로 1994년 대규모 가뭄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고, 농업용수의 부족은 가뜩이나 부족한 식량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대형 악재가 잇따라 겹치면서 결국 북측은 1996년부터 이른바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대규모 식량위기를 겪게 됐다.

고난의 행군 시기를 지나 경제가 호전되면서 농지를 새롭게 정리하고 수리관개시설을 포함해 농업용 기반시설의 복구도 이뤄졌다. 1998년 강원도에서 시작된 토지정리사업은 2000년대 초반에 완료됐고, 농업용 기반시설의 복구는 2000년대 후반에 거의 완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약 160km에 이르는 개천-태성 물길공사와 약 280km 길이의 백마-철산 물길공사도 완공돼 농업용수의 부족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했다. 덕분에 북측의 식량생산도 지속적으로 증가추세를 기록했고, 이를 바탕으로 북측은 2020년까지 식량자급을 달성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자연흐름식 물길공사와 무너진 수리관개시설의 복구를 통해 농업용수 공급능력을 확보했다고는 하지만 올해와 같은 대규모 가뭄과 같은 상황에서는 농업용수의 공급이 적절하게 이뤄질 수 없을 것이며, 이로 인해 식량생산에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작년 가을에 파종했던 밀, 보리 등 이모작 뒷그루 작물의 수확량이 봄 가뭄 때문에 감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 올해 가을 본격 수확기를 앞두고 북측도 초비상 상태일 것이다.

가뭄이 남북 농민 모두에 고통을 안겨다 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남북관계 측면에서 예상치 못한 기회도 제공한다. 그것은 통일 쌀 교류의 필요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사실 새 정부 출범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북측의 식량사정이 호전되면서 통일 쌀 교류의 현실적 필요성이 과거에 비해 낮아졌기 때문에 통일 쌀 교류가 남북관계 개선의 촉진제로 작용할 수 있는 힘도 떨어졌다. 그러나 가뭄으로 북측의 식량생산이 전년보다 감소할 경우 통일 쌀 교류의 필요성도 조금은 높아질 것이다. 쌀값 폭락과 식량 부족이라는 서로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통일 쌀 교류의 희망을 놓지 말아야 한다.

하늘이 내려다 줄 단비 소식을 기다리는 마음도 간절하지만 동시에 통일 쌀 교류와 같은 남북 당국이 전해줄 단비 같은 소식을 기다리는 마음도 간절하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